Hong Junghee
Intro
어플리카 홍정희
Episode.1
어린이 잡지 에디터
Episode.2
소속원에서 독립자로
Episode.3
내가 좋아하는 방향을 좇는 사람
Episode.4
스크랩북
Episode.5
전체를 다 다룰 때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Episode.6
홍정희의 로피스: MinimaList App, 성취감을 북돋는 도구
Episode.7
디자이너의 위상이 조금 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Episode.8
예기치 않은 행복
Intro
어플리카 홍정희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을 좇아 걸어온 그에게서 맑은 아이 같은 에너지와 단단한 자기 확신이 느껴졌다. 잡지를 오려 스크랩북을 만들던 아이가 앨범아트, 책, 굿즈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이끄는 비주얼 아트 디렉터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홍정희가 되었는지 물었다.
Episode.1 어린이 잡지 에디터
Q.
비주얼 아트나 시각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원래는 잡지 에디터가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위즈키즈’라는 어린이 잡지에서 하는 에디터 수업을 듣게 됐는데, 아이들끼리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촬영도 하고 글도 썼거든요. 그 경험이 너무 재밌어서 에디터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잡지를 모으고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고… 디자인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고요.
Q.
그럼 디자인은 언제부터 배웠나요?
A.
사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에디터가 되고 싶어서 국문과랑 패션디자인과 중에서 고민하다가 패션디자인과로 진학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순전히 패션디자이너를 위한 학과였던 거예요. 학교를 다니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죠. 고민하다가 자퇴를 했어요. 빨리 실무적인 걸 배워서 뭔가를 시도해보고 싶기도 했고, 학력으로 취직할 생각도 없었거든요. 무엇보다 돌아갈 곳이 있으면 마음이 해이해질 것 같아서 마음을 독하게 먹은 거죠.
자퇴 후에는 주로 사진 촬영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지내다가, 홀로코인이라는 스튜디오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각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작업하면서 모르는 건 찾아보고, 그러면서 디자인 툴을 쓰는 법도 혼자 터득했고요.
자퇴 후에는 주로 사진 촬영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지내다가, 홀로코인이라는 스튜디오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각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작업하면서 모르는 건 찾아보고, 그러면서 디자인 툴을 쓰는 법도 혼자 터득했고요.
Episode.2 소속원에서 독립자로
Q.
독립자에서 스튜디오 소속으로, 소속 디자이너에서 다시 독립자가 되는 과정까지. 변화를 마주하는 시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처음에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스튜디오에 들어갔던 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어요. 저를 필요로 하기도 했고요. 특히 유윌노우는 처음으로 앨범 아트를 작업해본 곳이기도 하고,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그러다 프리랜서 공백이 더 길어지기 전에 제 개인적인 작업을 좀 더 해보고 싶어서 다시 독립했어요.
Q.
같은 일이라도 소속원으로 작업할 때와 독립자로 작업할 때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소속원일 때는 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내부적인 아웃풋을 잘 만드는 데 집중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제 의견이 담긴 작업을 하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독립자로 작업할 때는 제가 주체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죠. 무엇보다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고요.
Episode.3 내가 좋아하는 방향을 좇는 사람
Q.
독립하고 나서는 NTFU STUDIO 와 NTFU COLLECTABLES 라는 굿즈 브랜드를 만들었고, 지금은 어플리카 스튜디오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차이인지 궁금해요.
A.
NTFU STUDIO 는 앨범 아트 스튜디오고, NTFU COLLECTABLES 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만든 브랜드예요. 길게 보고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빠르게 테스트해 볼 목적이었죠. 2년 정도를 생각했는데 벌써 3년이 지났네요. (웃음)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봤으니까, 기존의 스튜디오와 브랜드를 '어플리카'(applica.forsale)라는 이름으로 통합시켰어요. 여기에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장기적으로 시도할 예정이에요. 굿즈뿐 아니라 디자이너들을 초대해서 서로 얘기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고요.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봤으니까, 기존의 스튜디오와 브랜드를 '어플리카'(applica.forsale)라는 이름으로 통합시켰어요. 여기에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장기적으로 시도할 예정이에요. 굿즈뿐 아니라 디자이너들을 초대해서 서로 얘기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고요.
Q.
많은 사람들이 NTFU 를 좋아하는데 없애는 게 아쉽진 않나요?
A.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더 중요해요. NTFU COLLECTABLES 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끌고 왔고, 또 해보고 싶었던 걸 다 해봐서 아쉬움이 없어요. 여전히 NTFU 를 좋아하는 분들도, 제가 새로운 걸 시도했을 때 또 다시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해요.
Episode.4 스크랩북
Q.
스크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A.
초등학교 때 모았던 잡지로 시작했어요. 작품보다는 레퍼런스 참고용으로 만든 실물 책이었죠. 인터넷 서치만으로는 와 닿지가 않으니까 제가 직접 좋아하는 사진을 분류해서 책을 만든 거예요.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보면 되니까요.
원래는 페이지를 찢어서 모아두는 정도였는데, 이것도 너무 많아지니까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톤이나 사진의 결처럼 테마 별로 나눠서 스크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레이아웃도 직접 배치를 해보고요. 나중에 디자인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죠.
원래는 페이지를 찢어서 모아두는 정도였는데, 이것도 너무 많아지니까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톤이나 사진의 결처럼 테마 별로 나눠서 스크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레이아웃도 직접 배치를 해보고요. 나중에 디자인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죠.
Q.
옛날에 작업한 스크랩북도 가지고 계신가요?
A.
아니요.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 이후에 과감히 다 버렸어요. (웃음) 새로운 건 또 만들면 되니까요. 예전에는 레퍼런스 북 형태로 스크랩을 했다면 요즘에는 책과 책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아이디어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작업이에요.
이 책이 제가 요즘 하는 스타일의 스크랩북인데요. 인물의 위트있는 자세와 가구의 형태를 교묘하게 맞추어 편집한 작업이에요. 칼질을 잘했죠? (웃음) 제가 칼질을 세상에서 가장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 책이 제가 요즘 하는 스타일의 스크랩북인데요. 인물의 위트있는 자세와 가구의 형태를 교묘하게 맞추어 편집한 작업이에요. 칼질을 잘했죠? (웃음) 제가 칼질을 세상에서 가장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Episode.5 전체를 다 다룰 때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Q.
앨범 커버, 편집, 굿즈, 브랜딩, 사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A.
가장 좋아하는 건 앨범 작업이에요. 제일 재미있어요. 발매되지 않은 음악을 먼저 들어볼 수도 있고요. 디지털 앨범이랑 다르게 EP나 정규 앨범은 CD나 LP 같은 실물 작업을 하는데 그게 좋아요. 요즘은 책 편집 디자인도 좋아해요. 뭐랄까, 일부만 하지 않고 전체를 다 다룰 때 더 큰 재미를 느껴요.
Q.
어느 정도 주도권이 있는 작업을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A.
주어진 일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작업보다 작가로서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더 좋아해요. 저는 이 작업은 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데 왜 저에게 의뢰했는지를 물어보거든요. 의뢰인이 제 스타일을 좋아해서 모두 맡겨 주시는 경우에는 주도권을 갖고 작업을 해요. 그러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재밌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런 건 어때요, 저런 건 어때요, 하는 식으로 디렉션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제일 어려워요. 기술적인 게 필요한 부분은 정확하게 얘기하고, 제 스타일을 보고 의뢰한 부분은 저에게 온전히 맡겨 주시고, 그렇게 명확했으면 좋겠어요. 그 두 지점이 어긋날 때가 가장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건 어때요, 저런 건 어때요, 하는 식으로 디렉션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제일 어려워요. 기술적인 게 필요한 부분은 정확하게 얘기하고, 제 스타일을 보고 의뢰한 부분은 저에게 온전히 맡겨 주시고, 그렇게 명확했으면 좋겠어요. 그 두 지점이 어긋날 때가 가장 어렵거든요.
Episode.6 홍정희의 로피스: MinimaList App, 성취감을 북돋는 도구
Q.
정희님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A.
저는 3년째 쓰고 있는 투두리스트 어플을 골랐어요. ‘미니멀리스트’라는 유료 어플인데요, 사용법은 간단해요. 할 일을 바로바로 쓰고, 완료한 일은 이렇게 지워 나가는 거죠. 제가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도 있고, 리스트에 적힌 걸 하나하나 지울 때마다 성취감이 들어서 좋아요. (웃음)
Q.
한 번에 여러 작업을 하시니까 투두리스트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A.
네, 작업을 여러 개 하니까 아무래도 까먹는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업무는 물론이고 청소, 택배, 누구에게 연락하기, 이런 일상 관련된 것도 무조건 여기에 다 적어 놔요. 캘린더는 분류도 잘 안 되고 일정을 추가하는 느낌이라 부담스러운데 이 어플은 메모지처럼 쓰기 좋아요. 제가 원했던 UI로 되어 있고요. 이 할 일들을 빨리 없애고 싶어요. (웃음) 매일 리스트업 된 것들을 빨리 없애는 걸 목표로 일을 처리해요. 리스트가 지워지는 걸 보면 ‘오늘 이만큼 했구나.’가 보이니까 뿌듯하죠.
Q.
약간 게임 같기도 하네요. (웃음) 정희님은 일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제가 완벽주의 성향이다 보니, 일할 때 빠뜨린 게 없는지 무조건 체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좀 뭐랄까, 멀리서 보는 시간을 꼭 가지고요. 제가 한 작업의 전 과정을 훑어보면서 생각하는 거죠. 처음에 들어온 의뢰가 어떤 목적이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해결했고, 마무리는 어떻게 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제일 중요해요. 내가 뭘 빠뜨리거나 틀렸는지 보이니까요. 안 하면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Episode.7 디자이너의 위상이 조금 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Q.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지 궁금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이런 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좋고요.
A.
저는 디자이너의 위상이 조금 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작업 과정이 정말 너무 많거든요.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서 디자이너에게 좋은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보통 디자이너들이 일을 따내기가 어렵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취직하거나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러고 싶은 디자이너는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이 있을테니까요.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대우가 더 좋아져서 자기 색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에 저도 기여하고 싶고요. 디자이너들을 위한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보통 디자이너들이 일을 따내기가 어렵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취직하거나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러고 싶은 디자이너는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이 있을테니까요.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대우가 더 좋아져서 자기 색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에 저도 기여하고 싶고요. 디자이너들을 위한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Q.
어쩌면 어플리카가 그 목표로 가는 과정 어느 지점에 있겠네요.
A.
맞아요. 그래서 어플리카도 영리적인 활동이 없진 않겠지만, 돈은 개인적으로 벌더라도 디자이너들을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받는 영감보다 주변 작업자들로부터 받는 영감이 훨씬 크거든요. 작업을 많이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새롭고 신선한 것들을 계속 보고 자극을 받아야 시너지가 나는데, 그런 게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그런 자리를 만들면 제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저를 위해서라도 하고 싶어요.
Episode.8 예기치 않은 행복
Q.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예요?
A.
(앉아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여기예요. 지금은 잘 안 보이는데,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면 저 나무로 계절이 변하는 게 보이거든요. 나뭇잎 색이 바뀌거나, 겨울에는 하얗게 눈이 쌓이기도 하고요. 그게 제일 잘 보이는 자리예요. 고양이들이 항상 저 위에 올라가 있어서 좋아하기도 해요. (웃음)
Q.
안 그래도 정희님이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혹시 녀석이와 욘석이(고양이)일까요?
A.
원래는 돈이랑 행복 중에 일단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주의였는데, 점점 바뀌고 있어요. 돈은 진짜 끝이 없는데, 행복은 잠깐이라도 느끼면 그 행복감으로 버틸 수 있잖아요. 제가 진짜 안 좋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도, 녀석이가 갑자기 안 부리던 애교를 부리면 그 행복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처럼요. 그런 게 살아갈 힘이 되니 가장 중요하죠.
특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 행복감을 가져다 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가, 어떤 순간에 이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거나, 그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잖아요. 기대를 안 했을 때 행복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 행복감을 가져다 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가, 어떤 순간에 이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거나, 그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잖아요. 기대를 안 했을 때 행복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정희님에게는 녀석이와 욘석이가 예기치 못한 행복을 많이 줄 것 같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요즘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11월에 할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앨범 아트 전시인데 단순히 기존에 했던 작업을 보여주기보다는 앨범 아트를 하면서 느낀 점을 표현한 전시예요. 한남동에서 열릴 예정이에요. 작업이 아직 많이 남아서 10월 말까지 바쁘게 지낼 것 같아요. 그리고 녀석이와 욘석이의 모습을 담은 책도 작업하고 있어요. 11월에 소식 전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예뻐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