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Eunha
Intro
김은하
Episode.1
입지 않는 옷으로 만든 햄버거
Episode.2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
Episode.3
김은하의 로피스: 사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
Episode.4
걷기와 공포 영화
Episode.5
일단 시작하는 힘
Intro
김은하
초록색 카펫이 깔린 작은 방에서 김은하를 만났다. 서랍마다 켜켜이 쌓인 천들, 부자재, 크고 작은 패브릭 작업들. 잠시나마 김은하의 세계를 엿본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작업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위트와 명랑함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더 이상 입지 않지만 버리지 못하는 옷으로 만드는 그의 세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기대가 된다.
About. 김은하
쓸모를 다했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옷으로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사람. 옷마다 인쇄된 프린팅과 원단의 재질, 부자재를 활용해 현실에서 경험한 텍스쳐와 컬러를 김은하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Episode.1 입지 않는 옷으로 만든 햄버거
Q.
원래 전공이 페인팅이라고 들었어요. 전공에서 지금의 작업으로 연결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맞아요. 전공은 서양화였는데 조형예술 학부라서 수업이 다양했어요. 영상도 있고, 판화, 매체 연구 등… 여러 가지를 배웠죠.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저에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편이었고요. 그렇게 조금씩 작업을 하다가, 졸업 작품으로 천을 활용해 햄버거를 만들었던 게 시작점이 됐어요.
Q.
기대가 되네요.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만들다 보면 시간과 체력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작업하다가 지칠 땐 어떻게 회복하시나요?
A.
주변에 작업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힘을 많이 얻어요. 작업하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다들 고생하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을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Episode.2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
Q.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A.
사과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뭔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잘 나온 작업이기도 하고, 라벨이나 단추, 지퍼 등 옷에 달린 부속품을 활용해서 과일의 형태나 질감을 표현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결과물과 상관없이 즐겁게 만들었던 작업이라 애정이 가요.
최근에 ‘𝐒𝐇𝐀𝐏𝐄 𝐒𝐇𝐈𝐅𝐓𝐄𝐑’를 주제로 루이까또즈와 협업했던 것도 좋았어요. 작가들이 자기 스타일에 맞춰 루이까또즈의 가방을 자유롭게 해석한 전시인데, 저는 자몽, 키위, 석류를 가지고 과육, 껍질, 씨 등 과일에 존재하는 다양한 텍스쳐로 가방을 만들었어요. 아마 인터뷰가 올라갈 즈음에는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𝐒𝐇𝐀𝐏𝐄 𝐒𝐇𝐈𝐅𝐓𝐄𝐑’를 주제로 루이까또즈와 협업했던 것도 좋았어요. 작가들이 자기 스타일에 맞춰 루이까또즈의 가방을 자유롭게 해석한 전시인데, 저는 자몽, 키위, 석류를 가지고 과육, 껍질, 씨 등 과일에 존재하는 다양한 텍스쳐로 가방을 만들었어요. 아마 인터뷰가 올라갈 즈음에는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기대가 되네요.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만들다 보면 시간과 체력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작업하다가 지칠 땐 어떻게 회복하시나요?
A.
주변에 작업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힘을 많이 얻어요. 작업하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다들 고생하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을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Episode.3 김은하의 로피스: 사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
Q.
은하님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A.
어렸을 때 제 사진을 골랐어요. 처음에 제가 안 입는 옷을 재료로 선택한 건 폐의류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그냥 버릴 수 없는 물건이라서가 컸어요. 추억이나 애정을 투영시키는 의미 있는 물건들은 쉽게 버릴 수가 없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옷을 골라서 작업을 하게 된 거죠.
엄마가 오래된 물건을 잘 못 버리시는 스타일이신데, 저는 엄마의 그런 면을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제 모습이랑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제가 엄마보다 더 심한 편이죠.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작업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웃음) 아, 사람이 정말 자기랑 비슷한 모습을 싫어하는구나. 그러고 나니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싫어했던 제 모습도 좋아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옛날 모습이 담긴 사진을 로피스로 골랐어요. 저에게는 애정이 담긴 물건이거든요. 물건을 버리지 않는 엄마의 성향 덕분에 갖게 된 소중한 물건이기도 하고요. (웃음) 이걸 가지고 페인팅 작업도 했을 정도로 의미가 있어요.
엄마가 오래된 물건을 잘 못 버리시는 스타일이신데, 저는 엄마의 그런 면을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제 모습이랑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제가 엄마보다 더 심한 편이죠.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작업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웃음) 아, 사람이 정말 자기랑 비슷한 모습을 싫어하는구나. 그러고 나니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싫어했던 제 모습도 좋아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옛날 모습이 담긴 사진을 로피스로 골랐어요. 저에게는 애정이 담긴 물건이거든요. 물건을 버리지 않는 엄마의 성향 덕분에 갖게 된 소중한 물건이기도 하고요. (웃음) 이걸 가지고 페인팅 작업도 했을 정도로 의미가 있어요.
Episode.4 걷기와 공포 영화
Q.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빼고 나를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A.
제 별명이 ‘김 국토대장정’인데요, 하루에도 서너 시간씩은 걸을 정도로 걷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이 너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국내 여행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그리고 공포 영화도 좋아해요. 작업할 때는 계속 무서운 걸 틀어 놔요. 귀신이 등장하거나 무서운 장면 전에 느껴지는 긴장감을 좋아하거든요. (웃음) 미스터리 추리물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공포 영화도 좋아해요. 작업할 때는 계속 무서운 걸 틀어 놔요. 귀신이 등장하거나 무서운 장면 전에 느껴지는 긴장감을 좋아하거든요. (웃음) 미스터리 추리물도 좋아하고요.
Q.
이 작업들이 공포 영화의 산물이었군요. (웃음) 주로 어떤 영화를 보시나요?
A.
〈분홍신〉이나 〈곡성〉, 〈링〉 같은, 우리나라나 일본의 공포 영화를 주로 봐요. 미국이나 유럽 쪽 영화는 공감이 잘 안되더라고요. 영화는 아니지만, 범죄 심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것이 알고 싶다’도 자주 봐요.
Episode.5 일단 시작하는 힘
Q.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A.
전공과 다른 결의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아무도 저를 서양화과 전공의 졸업생으로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그 때문에 확실하게 길을 정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그냥 애매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제가 확실하지 않아서 이런 작업을 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되든 안 되든 제가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보려고 해요.
Q.
나만의 방식으로 밀고 나아가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요.
A.
저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서 작업을 하진 않아요. 거의 즉흥이기도 하고, 한가지 작업을 끝까지 못 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벌려 놓는 식이거든요.(웃음) 그래서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게 어떤 모습이 될지 잘 모르죠. 그러다 보니 시작할 때 이게 잘 될지 안 될지를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따지다 보면 시작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붙여봤다가 별로면 떼고, 괜찮으면 두고… 그렇게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면서 일단 시작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