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bin & Soojung
Intro
오아에이전시 윤영빈, 신수정
Episode.1
오아에이전시의 시작
Episode.2
처음에는 여행 경비를 모으려고 간 거였어요.
Episode.3
두 사람이 합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
Episode.4
기획이라는 단어
Episode.5
관람자의 공간 경험을 끝까지 생각한 써킷 서울
Episode.6
좀 더 긴 숨으로 할 수 있는 일
Episode.7
윤영빈과 신수정의 로피스: 엑셀 업무 표와 메모 노트
Episode.8
기획이 브랜드가 되는 것
Intro
오아에이전시 윤영빈, 신수정
삼각지에 있는 사무실에서 오아에이전시를 만났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터뷰. 어떤 어려움이라도 유쾌한 에너지로 무찌를 것 같은 두 기획자에게는 오랜 시간 맞춰온 단단한 팀워크와 신뢰가 있었다. 엉망진창 와장창 속에서도 빛나는 기획을 완성하는 오아에이전시를 소개한다.
About. 오아에이전시
시각예술 콘텐츠 기획사. 국내외 시각예술(일러스트, 회화, 애니메이션, 독립출판, 공예 등) 작품이 대중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와 아트 콜라보레이션, 전시 및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Episode.1 오아에이전시의 시작
Q.
2015년에 설립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벌써 7년이나 됐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영빈:
회사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만들었어요. 저는 인문 쪽이지만 학부는 미술 활동이며 디자인, 개발하는 친구들이 다 모여 있던 학부이다 보니 자기 작업물을 판매하거나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했거든요. 스타트업이나 청년 창업이 붐일 때라 정부 지원도 많았고, 도와주시는 교수님도 계셔서 처음부터 법인을 시작하게 됐죠.
원래는 일러스트나 상업 예술 분야의 거래 플랫폼을 해보고 싶어서 웹사이트까지 만들었는데, 너무 말이 안 돼서 폐기했어요. 그러면서 한 2년 정도 방황의 시기를 겪었고요. 그동안 전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림도시는 마켓 같은 걸 해 보면 어떻겠냐는 한 작가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그림도시랑 외부에서 들어오는 예술 관련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했고요.
원래는 일러스트나 상업 예술 분야의 거래 플랫폼을 해보고 싶어서 웹사이트까지 만들었는데, 너무 말이 안 돼서 폐기했어요. 그러면서 한 2년 정도 방황의 시기를 겪었고요. 그동안 전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림도시는 마켓 같은 걸 해 보면 어떻겠냐는 한 작가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그림도시랑 외부에서 들어오는 예술 관련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했고요.
Episode.2 처음에는 여행 경비를 모으려고 간 거였어요.
Q.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영빈:
수정 언니와는 부산에서 진행한 그림도시 3회에서 만났어요. 현장 스텝이었는데 일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막, 엉망진창 와장창이었거든요. (웃음) 현장이 녹록지 않아서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는데, 혼자서 착착 알아서 일하는 거예요. 다음 해에 4회를 크게 하려고 기획팀을 모집하는데 언니가 지원했어요. 이미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바로 만났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수정:
처음에는 여행 경비를 모으려고 알바 겸 간 거였어요. (웃음) 그때는 어디에 정착하지 않았어서 얼마간 일하고 얼마간 여행하는 자유인의 삶을 살던 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림도시 3회 스태프를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보니까 4회 기획팀을 모집하고 있는 거예요. 기간도 반년 정도로 짧고 3회 때의 기억도 좋았고, 부산 전시 마지막 날 영빈 님과 나눈 이야기들이 무척 재밌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거죠. 사실 4회가 진짜 힘들었거든요. 연출님과 디자이너님이 포함된 기획팀 4명으로 진행했었으니까요. 끝나고 나서도 영빈이랑 연출님이랑 ‘다신 하지 말자. 진짜 마지막이다.’ 했고. 그런데 여행 가서 쉬고 있을 때 영빈이가 단톡방을 파서 연락하더라고요. (웃음)
영빈:
언니들 저 한 번만 도와주세요. (웃음)
수정:
(웃음) 그래서 한국 돌아오자마자 단톡방 멤버 다 모여서 술 마시면서, 그래, 또 하자 결정했던 기억이 있어요.
영빈:
언니가 들어온 걸 기점으로 오아에이전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그전까지는 프로젝트팀이었거든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는데 수정 언니가 들어오면서 많이 의지가 됐죠. 할 수 있는 것들도 더 많아졌고요.
Episode.3 두 사람이 합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
Q.
두 분이 지금처럼 합을 맞추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각자 어떤 성향인지도 궁금하고요.
영빈:
저는 되게 불같은 사람이에요. 작업 속도나 추진력은 빠른데 그만큼 엄청 놓쳐요. 실수도 많이 하고, 꼼꼼함이 거의 없죠. 반대로 수정 언니는 완전 꼼꼼하고 중간마다 필요한 것들도 다 체크하는 편이에요. 기획적으로 보는 시야가 다른 점도 좋아요.
수정:
영빈이는 목표가 생겼을 때 그걸 향해서 돌진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빠르고 거침없죠. 반면에 저는 좀 여러 번 확인해야 안심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만큼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라, 영빈이가 밀고 나가면 뒤에서 챙기고 마무리를 하고요. 그런 합이 좀 잘 맞아요. 사실 맞춰진 거죠. (웃음) 초반에는 영빈이의 빠른 속도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반대로 영빈이는 혼자 일하던 걸 나누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워하고, 느린 사람이 들어오니 답답해하기도 했고요. 합 맞추는 데는 1년 좀 넘게 걸렸어요.
영빈:
사실 언니가 되게 많이 맞춰줬죠. 이제는 서로 어떤지 아니까 넘어갈 건 넘어가고, 얘기할 건 얘기하면서 푸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가끔 현장에서 기분이 안 좋거나 거친 언사가 나오게 되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러면 언니는 다른 직원들도 챙기는 입장이니까, 중간에서 저한테 전달하기도 하고요.
수정:
예를 들어 일주일의 전시 설치-현장-해체까지 끝난 날에 물어보는 거죠. “애들 내일 아침까지 출근시킬 거예요?” (웃음)
영빈:
저는 “그럼 어떡하자는 거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했다가 바로 풀어요. "내가 미안하다. 잘해보자. 나 두고 가지 마라.” (웃음)
Episode.4 기획이라는 단어
Q.
원래 기획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요?
수정:
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좇아왔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기획을 하고 싶어!’ 이런 마음은 아니었고,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드는 입장으로 조금씩 넘어오게 된 것 같아요. 공연이나 영화제를 좋아해서 잠깐씩 일하기도 하고, 그러다 전시라는 분야에 들어오게 됐고요. 영빈이를 만나서 오아에이전시에 들어왔고,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라서 계속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기획한다는 말은 거창해 보여서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기획이나 기획자라는 말은 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요?
영빈:
저는 그래서 언젠가부터 기획자 양성 학교 같은 걸 만들고 싶었어요. 기획은 너무 뭉뚱그려진 단어이고, 정의하는 것도 너무 많잖아요. 다른 언어로 대체됐을 때 정확한 단어가 있고 아닌 단어가 있는데 기획이란 단어는 정확하지 않은 쪽에 속하니까요. 그게 좀 답답하더라고요. 기획이 뭘 하는 건지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개발자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기획이란 포지션은 진짜 애매하다고 느꼈어요. 넌 뭘 잘해? 하고 물었을 때 딱 말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어요. 고민도 정말 많았고요.
Q.
그런 기획에 대한 고민은 나아지고 있나요?
영빈:
해결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기획할 때 책에서 논리를 찾거나 글을 다루는 일이 많은데, 그렇게 노력해서 만든 의미와 구현, 운영을 통틀어서 ‘기획이 너무 잘 됐다’라거나 ‘운영이 매끄럽다’는 말을 들을 때 애매한 지점이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기획을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반대로 사람들도 정의 내릴 수 없는 어떤 지점에서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되게 좋고, 여전히 기획이란 게 참 애매하지만 계속해야겠다는 힘을 얻어요.
Episode.5 관람자의 공간 경험을 끝까지 생각한 써킷 서울
Q.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중에 인상 깊었던 걸 꼽아 주실 수 있나요?
영빈:
음… 써킷 서울? 써킷 서울은 저희가 공간 경험을 끝까지, 변태적으로 생각한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그림도시가 초등학교였다면 써킷은 중학교 레벨 같은 느낌이에요. (웃음) 일단 작품 런웨이를 구현하는 테크닉이 진짜 힘들었어요. 30명 가까이 되는 규모의 팀을 운영해야 했고요. 기획할 때도 모든 문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치고… 거의 3일 밤을 새우고 나서야 기획을 설명하는 문장 다섯 줄이 나왔던 게 기억이 나요.
수정: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만들고 싶어서 논문도 많이 읽고, 리서치에 공을 많이 들였죠. 계속 검증하고…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는 거라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Q.
공간 경험을 끝까지 생각해서 만든 기획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요소가 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수정:
보통 전시에서는 작품은 가만히 있고 사람이 움직이잖아요. 써킷 서울은 그걸 반대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상상하자 런웨이가 떠올랐고요. 런웨이에 작품을 올리자는 러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써킷 서울에는 무버, 버퍼, 캡처라는 세 가지 단계가 있어요. 무버는 작품의 비주얼 런웨이를 보는 단계예요. 한정된 시간 안에 한정된 쇼를 정말 집중해서 봐야 하는 다소 강압적인 동선과 경험이죠. 버퍼 단계는 버퍼링이라는 단어에서 따온 건데요,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그걸 내 안에서 해석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방금 무버에서 본 작품들을 룩북 등을 통해서 다르게 체험해보면서 내 것으로 곱씹는 과정이에요. 마지막은 작품의 소장을 결정하는 캡처 단계예요. 전 단계에서 인지하고 소화한 작품들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게끔 렉이라는 통일된 시스템 선반에 진열했어요.
써킷 서울에는 무버, 버퍼, 캡처라는 세 가지 단계가 있어요. 무버는 작품의 비주얼 런웨이를 보는 단계예요. 한정된 시간 안에 한정된 쇼를 정말 집중해서 봐야 하는 다소 강압적인 동선과 경험이죠. 버퍼 단계는 버퍼링이라는 단어에서 따온 건데요,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그걸 내 안에서 해석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방금 무버에서 본 작품들을 룩북 등을 통해서 다르게 체험해보면서 내 것으로 곱씹는 과정이에요. 마지막은 작품의 소장을 결정하는 캡처 단계예요. 전 단계에서 인지하고 소화한 작품들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게끔 렉이라는 통일된 시스템 선반에 진열했어요.
영빈:
써킷 서울은 그림도시처럼 대중적인 플랫폼은 아니지만, 저희가 처음으로 원화를 팔아본 플랫폼이라 의미가 깊어요.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저희가 지정한 쇼 타임이 되면 어디선가 우르르 나와서 1분 만에 다 앉더라고요. 쇼를 다 보고 나서는 버퍼로 넘어가고, 캡처로 넘어가면서 작품을 구매하고, 저희가 의도한 대로 경험을 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Episode.6 좀 더 긴 숨으로 할 수 있는 일
Q.
오아에이전시가 앞으로 활동할 방향성을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영빈:
이제는 짧은 프로젝트들보다는 조금 더 공간 경험을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해요. 원래 기획자인 저희 둘만 있다가 공간 디자이너님을 찾은 것도 그래서예요.
수정:
영빈이랑 제가 많이 지친 게 단타인 프로젝트를 너무 자주 해서인 것 같다고 말하곤 하거든요. 더 뽑아낼 수 있는 인풋도 없고, 많은 것들이 고갈되고 소진된 거죠.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더 긴 숨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한 번 하면 오래 갈 수 있는 거요. 지금 저희가 하는 작업은 예산이 얼마나 많든 적든 며칠 뒤면 철거하거든요. 너무 소비적이잖아요. 그래서 장기적이고, 공간 경험을 길게 가져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Q.
방향성을 공간 경험으로 잡은 이유가 궁금해요. 그림도시나 써킷 서울처럼 공간 경험에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많은 것 같고요.
영빈:
개인적인 이유로는, 제 MBTI가 ENTJ인데 기획한 대로 사람들이 움직일 때 엄청 행복하거든요. (웃음) 내가 기획한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포인트에 사람들이 기뻐하거나 즐거워할 때가 너무 좋아서 이 경험을 컨트롤하는 일이 즐거워요.
한편으로는 저희가 예술을 베이스로 두지 않은 기획자라서 그렇기도 해요. 예술을 쉬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순수 미술보다는 대중적으로 풀어가려다 보니, 공간에서 불편하거나 어려운 느낌이 들지 않게끔 하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긴장을 해제시킬 수 있는 약간의 넛지와 트리거 같은 기획 요소를 넣기도 해요. 오에이 하우스에서 오신 분들에게 실내화를 신게 했던 것처럼요. 신발을 벗으면 냄새가 날 수도 있고, 양말에 구멍이 났을 수도 있지만 일단 냅다 벗으면 좀 편해지잖아요. 굉장히 프라이빗한 행위이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을 꼼꼼하게 신경 쓰는 편이에요.
한편으로는 저희가 예술을 베이스로 두지 않은 기획자라서 그렇기도 해요. 예술을 쉬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순수 미술보다는 대중적으로 풀어가려다 보니, 공간에서 불편하거나 어려운 느낌이 들지 않게끔 하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긴장을 해제시킬 수 있는 약간의 넛지와 트리거 같은 기획 요소를 넣기도 해요. 오에이 하우스에서 오신 분들에게 실내화를 신게 했던 것처럼요. 신발을 벗으면 냄새가 날 수도 있고, 양말에 구멍이 났을 수도 있지만 일단 냅다 벗으면 좀 편해지잖아요. 굉장히 프라이빗한 행위이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을 꼼꼼하게 신경 쓰는 편이에요.
Episode.7 윤영빈과 신수정의 로피스: 엑셀 업무 표와 메모 노트
Q.
두 분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영빈:
저는 엑셀 업무 표를 골랐어요. (웃음) 컴퓨터 앞에서 너무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 딱 앉아서 엑셀을 착착 시작할 때 너무 행복해요.
수정:
영빈이는 시트를 만드는 데 미쳐 있는 사람 같아요. 템플릿을 계속 만들어요. (웃음)
영빈:
계획표를 만들기 전까지는 일도 시작하지 않아요. 계획이 한눈에 보이는 게 좋아요. 엑셀뿐 아니라 작업 툴에도 욕심이 많아요. 효율적인 툴이라면 꼭 사야 하고요. (웃음)
수정:
저는 평소에 쓰는 노트들을 가져왔어요. 매일 쓰는 일기장도 있고, 여행 노트도 있고, 메모처럼 쓰는 노트도 있고, 필사하는 걸 좋아해서 필사 노트도 있고요. 아마 저의 가장 솔직한 마음은 이 종이들에 담겨 있지 않을까...
Q.
특히 영빈 님은 일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 같네요. (웃음) 보통 쉬실 때는 어떤 걸 하세요?
영빈:
저는 문화생활이란 게 없어요. 거의 일만 해요.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24시간 올 타임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웃음) 기본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해요. 쉴 때도 일 관련 연락이 오면 바로바로 답장하죠. 그나마 쉴 때는 기사나 소설, 만화를 많이 읽어요. 수정 언니는 반대예요. 일할 때 빼고는 연락 진짜 안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수정: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서 잠적하는 스타일이죠. 카톡 잘 안 보고요. 한 일주일간 연락이 안 되기도 해요. (웃음)
영빈:
반대로 저는 1분 만에 답장하고. (웃음) 예전에 행사에서 수정 언니를 아는 분을 만나서, 회사에서 커뮤니케이터로 일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놀라셨어요. “일주일은 무슨, 한 달도 연락이 안 되는 애가 뭘 한다고요?” (웃음) 안 믿으시더라고요.
Episode.8 기획이 브랜드가 되는 것
Q.
그림도시는 7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오래 해왔던 프로젝트인 만큼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요.
영빈:
코로나를 기점으로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잖아요. 미술도 NFT라든가 다양한 변화가 생기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그림도시가 지속 가능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림도시는 70~80%의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면 진행할 수가 없는 구조거든요. 자생력이 없으니까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받아들였어요. 박수 칠 때 떠나고 싶기도 했고요. 기획적으로 가장 완결성 있게 할 수 있을 때 깔끔하게 졸업하고 싶었죠.
Q.
자체 기획으로 풀어내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요. 따로 저장해 두시나요?
영빈:
그런 건 없고요. (웃음) 아이디어는 여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들을 볼 시간이 있어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들어오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것도 있는 거죠. 또 주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은 게 있는지 계속 물어보는 편이에요. 그림도시를 그만둔 것도 그런 부분에 저희가 엄격해서이기도 해요. 그림도시의 주제는 항상 저희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보고자 하는 과정이거든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을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으니까 책도 만들고, 전시도 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한 거죠. 온갖 난리를 다 해보고 나니까 그림도시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공유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서 마지막을 결정하게 됐죠.
Q.
그래서인지 기획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특히 힘을 쓰시는 것 같아요.
수정:
저희 둘 다 미대 출신이 아니어서 늘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기획하려면 주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하고, 기획 회의도 되게 길게 해요. 그런 다음에는 기획 의도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꼭 텍스트로 완성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영빈:
저희가 기획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웃음) 오아는브랜드가 많은 게 특징이거든요. 잘 되는 애도 있고 잘 안되는 애도 있지만, 뭘 해도 오아가 한 거네,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의 최종 목표예요. 기획 자체가 브랜드를 갖는 게 엄청 힘들잖아요. 비주얼이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다를 테니까요. 그렇지만 저희의 기획을 경험했을 때 이거 오아에서 한 것 같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궁극적으로 저희가 원하는 방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