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usto & Juhee


Intro

프롤라 파우스토, 배주희


Episode.1

이탈리아와 호주를 거쳐 한국으로


Episode.2

아이디어를 펼치는 사람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


Episode.3

가장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경험


Episode.4

주의 깊게 살펴봐야만 본질이 보이는 것들


Episode.5

파우스토와 배주희의 로피스: 커피와 파우스토


Episode.6

Why not? It's fun!







Intro

프롤라 파우스토, 배주희



오래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곳, 성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을 찾자면 프롤라를 빼놓을 수 없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핑크색 간판부터, 화려한 컬러의 포스터와 오브제로 가득한 공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에스프레소 라인업과 브런치 메뉴까지. 에스프레소 바를 기반으로 프롤라만의 독창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두 사람, 파우스토와 배주희를 만났다.



About. 프롤라
이탈리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바. 시드니에서 13년 이상 카페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현지의 식재료로 만든 오픈 샌드위치, 샐러드, 디저트 등의 먹거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Episode.1  이탈리아와 호주를 거쳐 한국으로



Q.
이탈리아와 호주에서 카페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파우스토:
18살 때 처음으로 누나와 함께 카페를 시작했는데 잘 안됐어요. (웃음) 생각보다 카페 운영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2년 동안 고생하다가 다행히 가게를 처분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피아디나(Piadina)’라는 이탈리아식 플랫브레드를 만드는 가게에서 일하면서 사업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웠어요. 영감도 많이 받았고요.

몇 년 후에 호주로 넘어가서 형과 함께 카페를 열었어요. 이태리풍 카페에 호주식 커피를 섞어서, 에스프레소는 없지만 대신 플랫화이트와 라떼, 그리고 피아디나를 메뉴에 넣었어요. 그 카페를 13년 동안 운영했죠. 그리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고… (웃음) 지금의 제 아내가 되었죠. 주희와 연애하면서 언젠가는 한국에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로 한국으로 오게 됐네요.



Q.
주희 님은 어떤 계기로 호주를 가셨나요?
주희:
처음엔 워킹홀리데이로 간 거였어요. 뭔가 큰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더군다나 연애를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고요. 그냥 여기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건데… 파우스토를 만나게 됐죠. (웃음)

실제로 일을 해보니 방식이 많이 다르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는 사람을 채용할 때 이력서를 보고, 어떤 경력이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하잖아요. 그런데 호주에서는 무엇보다도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자격증보다도 그 사람의 태도가 어떤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가 우선이었어요. 그게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작은 정성에도 고마워하는 마음가짐도 그렇고요.






Episode.2  아이디어를 펼치는 사람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



Q.
프롤라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계신가요? 파우스토 님과 주희 님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주희:
저희는 부부니까 24시간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잖아요. 이게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호주에 있을 때 내렸던 결론이 ‘Balance(균형)’예요. ‘나는 이 부분을 맡을 테니 너는 그 부분을 맡아주고, 서로 하는 일을 존중하자.’ 하는 거죠.

파우스토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이에요. 역사나 문화, 예술에도 관심이 많고, 그걸 토대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죠. 반대로 저는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파우스토가 10가지 아이디어를 던지면 그 중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걸 골라서 그래, 한 번 해보자, 그리고 함께 하는 거죠.



Q.
프롤라를 왜 성수에서 열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파우스토:
평소에도 ‘아티산(Artisan)’, 그러니까 오랜 기간 동안 한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이 운영하는 작은 목공소나 금속 가공업을 하는 작은 공장들을 좋아해요. 공장에서 장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재미있잖아요. 옛날 영화 같기도 하고, 50년대의 이탈리아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탈리아는 아티산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성수는 아직 한국의 아티산적인 모습이 남아있는 곳이죠.

한편으로는 변화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성수에 있으면 시대가 바뀌는 게 느껴져요.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장 옆에 레스토랑과 카페, 패션 브랜드들이 점점 더 많이 들어서고 있죠. 물론 아쉽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할 때 느껴지는 달콤쌉싸름함을 즐기는 거죠.



Q.
예전에는 이탈리아 어디에 계셨나요?
파우스토:
브레시아란 곳에서 살았어요. 밀라노 근처인데, 공방이나 공장들이 많은 동네예요. 지금의 성수동과 비슷하죠. 저도 어렸을 땐 공장에서 일했고요.




Episode.3  가장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경험



Q.
프롤라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주희:
손님이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의 경험이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롤라 메뉴 중에 ‘티라미수 에스프레소’라는 게 있어요. 브레드 스틱을 찍어서 에스프레소를 흡수시킨 다음 크림과 함께 먹는 메뉴인데, 빵을 들어서 찍고, 그 빵을 먹고, 에스프레소나 크림만 따로 마셔보는 것, 이 모든 게 하나의 과정이잖아요. 커피가 나오면 손님들이 최대한 여러 가지 맛을 경험하며 드실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에요.

파우스토:
저는 가장 독창적인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주변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주희와 우리만의 가장 독특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죠. 저희가 호주에서 경험한 좋은 맛과 좋은 문화, 좋은 태도를 활용해서 가장 우리다운 메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항상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웃음)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리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내고자 해요.

주희: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상을 받았을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했잖아요. 프롤라를 운영하면서 그 수상소감이 떠올랐어요.

처음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호주와 이탈리아의 문화를 잘 소개할 수 있을까, 이 재료는 한국 사람들이 짜게 느낄 것 같은데, 이 메뉴는 생소하게 느끼실 것 같은데’ 하면서요. 그런데 손님들은 오히려 저희가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보여드렸을 때 그걸 새롭다고 느끼고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잘 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추진했을 때 좋은 반응을 얻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Episode.4  주의 깊게 살펴봐야만 본질이 보이는 것들



Q.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을 섞는 걸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시대의 문화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파우스토:
1970년대를 정말 좋아해요. 실험적인 아이디어의 작품들이 많거든요. 특히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덜 유명하지만, 정말 멋진 작품들이 많죠.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도 좋아해요. 60년대나 70년대 영화에는 진중하고 사람의 감정을 이끄는 힘이 있어요. 배울 것도 정말 많고요. 살기 어려웠던 시기이기도 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꼭 노력이 필요하던 시기였으니까요. 매번 이 시기를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해요.

요즘엔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무언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보다는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데 익숙해졌고요.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동안 인내를 가지고 살펴봐야만 비로소 본질이 보이는 것들에 더 눈길이 가요. 진정한 문화는 그런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최신 미디어나 기술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여전히 그 시대를 동경해요.






Episode.5  파우스토와 배주희의 로피스: 커피와 파우스토



Q.
두 분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파우스토:
솔직히 가장 먼저 아침에 하는 냉수목욕이 떠올랐어요. (웃음) 그 다음으로 떠오른 건 바리스타의 생명줄인 커피였죠. 저에게는 커피가 일이면서 동시에 약 같은 존재거든요. 내일은 뭘 할지, 그 다음엔 또 무슨 이벤트를 열지,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 커피가 없으면 정말 힘들더라고요.

역사에서도 커피는 시인, 철학자, 과학자… 어느 분야의 인물에게든 빠뜨릴 수 없는 존재잖아요. 깊게 몰입하고, 창의적으로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죠.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저 또한 매일 아침마다 커피 한 잔과 빵 하나를 먹으며 일을 시작해요.

주희:
저는 파우스토를 골랐어요. 파우스토는 저랑 정말 너무 다른 사람이거든요. (웃음)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이었어요. 물 흐르듯 섞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항상 부딪치지만, 덕분에 평생 고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던 건 파우스토 덕분이기도 해요.






Episode.6  Why not? It's fun!



Q.
프롤라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인가요?
주희:
프롤라의 모토가 ‘Be the black sheep’이거든요. 하얀 양들 사이에 있는 검은 양은 튈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네가 흰 양이든 검은 양이든, 혹은 빨간 양이거나 무지개색 양이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다름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제가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저 사람 되게 특이하다’고 했더니 파우스토가 ‘Why not? It's fun!’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되게 충격이었어요. 서로가 달라도 괜찮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거든요. 프롤라는 그런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파우스토와 함께 경험하는 것들을 프롤라를 포함한 다양한 채널로 소개하려고 해요.

파우스토:
저는 프롤라에 오신 손님들이 활짝 웃어 주실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커피나 음식을 드릴 때, 미술품을 본 것처럼 흥미롭게 교감하거나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요. 손님들과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감정적 교류를 나누고 싶어서 다방면으로 노력중이에요. (웃음) 프롤라에 오셔서 새로운 에너지와 좋은 기억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 Email   ↗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