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 Jihyun


Intro

수풀 부지현


Episode.1

가족의 응원으로 탄생한 공간, 수풀 


Episode.2

제주에서 서울, 그리고 다시 제주로


Episode.3

매월마다 테마가 바뀌는 공간


Episode.4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


Episode.5

수풀 패밀리


Episode.6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Episode.7

부지현의 로피스: 소풀, 안정을 주는 존재


Episode.8

행복을 알아보는 사람 







Intro

수풀 부지현



한적한 오후, 제주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공간에서 수풀 패밀리 분들의 환대를 받았다. 부지현은 인터뷰가 처음이라고 말하며 준비해 온 답변을 꺼냈고, 금세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오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분을 전하고 싶은 사람. 부지현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수풀은 부지현의 일부와 다름없었다.

About. 수풀
작은 물건 하나가 일상에 행복을 더하고, 공간을 바꾼다고 믿는 큐레이션 편집숍. 많은 사람들이 작은 것에서 오는 힘을 알게 되기를, 작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수풀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오프라인 숍은 제주에 있으며, 수풀의 무드로 풀어낸 다양한 수작업 제품과 작가들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수풀만의 큐레이션으로 소개하고 있다.



Episode.1  가족의 응원으로 탄생한 공간, 수풀



Q.
수풀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A.
서울에 있을 때 친한 언니가 캔들을 선물로 줬어요. 이제 막 자취를 시작했을 때라 집을 어떻게 잘 꾸려야 할지 모를 때였는데, 캔들이 생각보다 삶에 큰 행복을 주더라고요, 되게 작은 아이템인데도요. 씻고 나와서 불 다 끄고 캔들 하나 켜 놓고 누워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거죠. 그걸 느끼게 된 후로 작은 아이템이 주는 행복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이런 쪽으로 관심이 생겼고요.

그러다가 부모님께서 ‘제주에 빈 공간이 있는데, 뭔가 해 볼래?’ 하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 공간이 계기가 되어서 향이나 캔들을 배우러 다니면서 수풀을 준비했죠. 한 1년 정도 준비했던 것 같아요. 페인트나 인테리어는 아빠가 셀프로 해 주셨고요. 준비하면서 아빠가 ‘지현아, 네가 처음 시작해보는 거니까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빠가 봤을 때는 망할 확률이 97% 정도 되는 거 같다. 아빠가 응원은 하는데 망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웃음) 그랬는데 지금까지 잘 하고 있으니까 오실 때마다 뿌듯해 하세요.



Q.
첫 번째 수풀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A.
첫 번째 수풀도 여기 근처였어요. 지금 공간에 비하면 되게 작아요. 한 7평 정도의 공간이었는데, 작지만 층고가 높아서 답답하지 않았고 물건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공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캔들 기반으로 시작을 해가지고, 캔들이나 향 제품이 많았고요. 그러다가 점점 다른 브랜드랑 다른 작가님들의 아이템을 들여오면서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방향을 바꿨고, 캔들을 과감하게 정리했죠.






Episode.2  제주에서 서울, 그리고 다시 제주로



Q.
제주에서 태어나서 서울을 경험하고 다시 제주로 내려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A.
고등학교 때까지 쭉 제주에 살다가 스무 살에 서울로 대학교를 가면서 올라가게 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전공이 정해지면 그거 하나로 쭉 가야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뭔가 선택을 잘 해야 할 것 같았고요. 고민을 하다가 스타일리스트 학과를 갔고, 졸업하고는 쇼핑몰 MD 일을 잠깐 했어요. 너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성장했는데,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생활하는 게 힘들어서 정리하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왔죠.


Q.
앞으로도 계속 제주도에 살고 싶나요?
A.
네.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점도 좋고, 마음만 먹으면 산이든 오름이든 바다든 갈 수 있잖아요.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외국은 여행으로 다니는 것으로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는 건 여전히 제주에서 살고 싶어요.




Episode.3  매월마다 테마가 바뀌는 공간



Q.
처음 수풀을 시작한 공간에서 지금 공간으로 이사한 지 2년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공간을 옮기면서 고려했던 점이 있나요?
A.
이 공간으로 옮기면서 동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방으로 나눠져 있는 게 아니라 통으로 된 공간이라, 전시장처럼 보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님들의 제품을 하나의 작품처럼 소개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일부러 큐레이터처럼 제품마다 설명을 자세히 적고, 동선을 정할 때도 모든 제품들이 잘 보일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어요.

수풀은 매월 1일 대청소를 하면서 내부 점검을 하거든요. 그때마다 가구 배치나 공간 구조를 다 바꿔요. 재방문하시더라도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게요. 매월마다 공간 테마를 바꾸면서 재미 요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pisode.4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



Q.
초반에는 향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이 많았던 것 같아요.
A.
제가 캔들을 만들다 보니 촛대나, 받침 같이 캔들 관련된 소품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원래 작은 소품으로 집 꾸미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들을 모아서 함께 판매했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있는 취향 숍이었어요.



Q.
그러면 4년 동안 수풀을 운영하고 제품을 큐레이션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초반과 비슷한 듯 다른 것 같아요. 제가 큐레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제품을 제가 소장하고 싶은지예요. 내가 가지고 싶은 제품이어야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지를 고려하는 건 똑같은데, 큐레이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어요. 나이가 들면서 변한 취향이 큐레이션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니까요. 수풀은 제 취향이 모여 있는 브랜드라서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 나갈 것 같아요. 






Episode.5  수풀 패밀리



Q.
처음에는 혼자 일하다가 점점 팀원을 늘리면서 큰 변화를 느끼셨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A.
저는 저 스스로가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일하는 게 편하고 혼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함께 일한다는 게 낯설기도 했고, 수풀이 이렇게 커지고 팀원이 생길 거라고도 생각을 못했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워순환’의 혜지 언니와 함께 일하게 됐는데 너무 좋았던 거죠. 언니가 일을 너무 잘 하기도 했고, 저랑도 되게 잘 맞았고요. 그러면서 처음에 가졌던 생각이 점점 깨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혼자가 편했는데, 이제는 혼자서는 못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아예 바뀌었어요.

수풀 팀원들이 저 포함 4명이에요. 서로 할 말도 잘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편인데 작은 의견이라도 귀 기울여주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 한 번도 다퉈본 적이 없어요. 퇴근하고 나서도 안 떨어지려고 하고요. 수풀 패밀리죠. (웃음) 퇴근하고도 늘 서로 이제 뭘 할 건지 물어봐요. 약속 없는 친구들끼리 함께 저녁 먹고 같이 놀고… 요즘에는 저희가 운동에 빠져서 같이 러닝도 하고 있어요.






Episode.6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Q.
최근에 했던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최근에 수풀 온라인 스토어를 옮기면서, 전체적으로 리뉴얼 하는 과정에서 수풀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수풀 팀원들의 코멘트 란이 새로 추가됐죠. 제품을 소개하는 페이지마다 수풀 팀원들이 코멘트를 다는 거예요. 이 제품의 좋은 점이나 활용법, 각자의 생각들을 덧붙이고 있는데 고객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사실 제가 부끄러움도 많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소통하는 게 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소통을 늘려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Q.
수풀과 함께 지현님도 성장하고 있네요.
A.
맞아요. 수풀이 점점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겪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그런 작은 변화에도 전전긍긍했어요. 이걸 잘 해결하지 못하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고. (웃음) 이제는 그런 일을 대하는 마음 자체가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팀원들과 소풀이(강아지) 덕분이죠. 힘든 일이 와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강해질 수 있었어요.




Episode.7  부지현의 로피스: 소풀, 안정을 주는 존재



Q.
소풀이(강아지)는 언제부터 키우기 시작했나요?
A.
2년 전…? 수풀 이사할 때쯤 데려왔어요. 태어난 지 4개월 정도 됐을 때 입양을 해가지고, 그때는 되게 작아서 이름도 소풀이라고 지었거든요. 지금은 많이 컸죠. 원래는 아빠가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셔서 입양을 한 건데, 너무 어려서 제가 조금 돌보다가 보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키우다 보니 너무 정이 쌓여서 보낼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에는 제가 계속 키우고 있어요. 아빠는 가끔 보는 걸로 만족하신다고 (웃음) 그래서 맨날 수풀에 놀러오세요. 오셔서 소풀이 산책도 시켜주시고요.



Q.
로피스로 소풀이를 떠올리셨다고 들었어요.
A.
네. 항상 제 옆에 있다 보니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마음이 힘들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소풀이를 껴안으면 괜찮아지거든요. 안정을 주는 존재죠.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도 소풀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 편안해지고요.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소풀이랑 좀 놀다가 들어오면 복잡했던 머리가 착 가라앉으면서 뭔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게 살다 보니 삶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어요.






Episode.8  행복을 알아보는 사람



Q.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요?
A.
이 질문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제가 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 ‘행복하자’예요. 어디 놀러가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행복하다는 말을 진짜 자주 하기도 하고요. 행복은 늘 곁에 있는데, 그걸 알아보는 사람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사소한 행복을 알아보는 사람이 되게 멋져 보이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약간 행복 전도사 같은데. (웃음) 모든 사람들이 자기 곁에 존재하는 행복을 알게 되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Email   ↗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