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su & Jeongeun


Intro

연희동국화빵 이정수, 이정은


Episode.1

‘연희동 국화빵’의 하루


Episode.2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Episode.3

지금이 기회


Episode.4

굳이 전공을 살리지 않더라도


Episode.5

이정수와 이정은의 로피스: 메모장과 작은 공간, 개발과 충전의 도구


Episode.6

언젠가 분명히 도움이 될 경험들







Intro

연희동국화빵 이정수, 이정은



고즈넉한 연희동 골목길에 명랑함을 더하는 연희동 국화빵을 만났다. 매주 맛이 없을 수 없는(맛없없) 조합을 선보이는 이정수, 이정은 자매는 국화빵만큼이나 겉바속촉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할까 말까 망설이기보다는 일단 부딪히고 본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래, 일단 해보자’는 용기와 긍정의 에너지가 생긴다. 유쾌, 상쾌, 경쾌했던 그날의 대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한다.

About. 연희동 국화빵
연희동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연희동 국화빵. 팥뿐만 아니라 율무차, 라구, 고구마 슈크림 등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맛의 국화빵을 판매한다. 매주 메뉴가 바뀌니 인스타그램을 참고할 것. 여름맞이 기념 국화 맛 아이스크림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Episode.1  ‘연희동 국화빵’의 하루



Q.
오늘은 귀한 휴무일을 내어 주셔서 감사해요. 보통 오픈하는 날에는 몇 시부터 하루를 시작하시나요? ‘연희동 국화빵’의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어요.
정은:
평소에는 한 10시쯤, 침대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다가 일어나요. (웃음)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오픈을 준비하고요. 한 6시나 7시쯤 영업이 끝나면 30분 정도 쉬다가 다음날 쓸 재료를 준비하는데, 이게 끝나면 거의 밤 12시쯤 돼요. 하루를 풀로 쓰는 거죠. 지금은 둘이 같이 해서 이 정도인데, 예전에 언니 혼자 할 때는 더 늦게 끝났어요.

정수:
맞아요, 그때는 매일 새벽 3시에 잤어요. 몸도 많이 망가졌고 현타도 왔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퇴직금이나 쓰면서 쉴걸. (웃음) 지금은 동생 덕분에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맥시멈이기는 해요. 실질적인 운영은 5시간 정도라 준비하는 양이 적나 싶을 수도 있고 덜 힘들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매일이 야근이에요.







Episode.2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Q.
퇴사하고 나서 연희동 국화빵을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정수:
왜, 붕어빵 같은 걸 먹다 보면 ‘이거 내가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웃음) 그래서 그냥 경험 삼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마침 작년 9월쯤 퇴사해서 쉬다 보니 너무 심심하기도 했고요. 본격적으로 알아보니까 국화빵 기계는 대여가 없는 거예요. 붕어빵 기계 제작하는 곳까지 찾아가서 만들어 달라고 하고, 재료 하나하나 만들면서 메뉴 개발하고… 가볍게 시작했던 일인데 졸지에 퇴직금을 다 써버렸어요. (웃음)



Q.
그런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해요.(웃음)
정은:
원래 언니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딱히 놀라진 않았어요. ‘그래, 하고 싶음 해야지.' (웃음)

정수:
저는 경험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한 번 할 때도 확실하게 하려는 편이에요. ‘연희동 국화빵’ 로고도 그렇고요. 원래는 손으로 직접 쓰려고 했는데 아무리 써도 안 되겠다 싶어서 디자인하는 친구한테 포스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받아 보니 생각보다 디자인 퀄리티가 너무 좋은 거예요. ‘아, 망했다. 국화빵으로 이 퀄리티를 어떻게 따라가지?’ 그런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나요. (웃음)



Q.
그렇게 혼자서 운영을 하다가 정은 님이 합류하게 된 거죠?
정은:
원래도 쉬는 날에는 종종 도와주곤 했는데, 어느 순간 언니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손님이 많아졌어요. 그때 언니가 한번 퇴사를 생각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고민하면 할수록 제 일은 퇴사를 하고 나서도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는데, ‘연희동 국화빵’은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 거예요. 그렇게 언니와 함께하게 됐어요.




Episode.3  지금이 기회



Q.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정수:
조리과를 나와서 운 좋게 바로 미슐랭 레스토랑에 취직을 했어요.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나는 요리는 평생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퇴사를 하고 나니, 어차피 앞으로도 쭉 F&B 분야에서 일을 할 거라면 지금만이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인생 모토가 ‘해보고 싶은 건 지금이 기회다.’거든요. 그래서 CGV 아르바이트에 지원했어요. 점프 수트로 된 영화관 유니폼 아시죠? 그게 너무 입어보고 싶었거든요. (웃음) 영화관 다음엔 롯데월드에서도 일했는데, ‘아틀란티스’라고 파크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기구 담당자였어요.

한 2년 정도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시 F&B로 돌아갈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미완성 식탁’이라는 카페에서 디저트를 하게 됐는데, 사장님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도 너무 좋아서 4년을 일했어요. 거기서 디저트 짬바를 좀 채우다가 (웃음) ‘그래, 이 정도 경험이면 붕어빵이든 국화빵이든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든 거죠.







Episode.4  굳이 전공을 살리지 않더라도



Q.
근거 있는 국화빵 맛이었네요. (웃음) 그럼 정은 님은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정은: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원래는 보육 쪽으로 전공을 살리려고 했는데,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려니까 좀 아쉽더라고요. 언니도 옆에서 계속 ‘무조건 놀아라. 하고 싶은 거 다 해 봐라.’ 얘기하고. 그래서 한 3개월 정도만 해봐야지 하고 평소에 로망이던 카페 알바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이 정도로 잘 맞고 재밌으면 굳이 전공을 살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투썸이랑 스타벅스에서 3~4년 정도를 더 일하다가 연희동국화빵에 합류하게 됐죠.

사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부터 저희 목표는 나중에 함께 카페를 차리는 거였어요. 저는 커피를 하고 언니는 디저트를 하니까요. 올여름에 퇴사해서 미국 여행을 쭉 하고, 그다음에 카페를 차릴 계획이었는데 국화빵이 터져버린 거죠. (웃음)

정수:
저는 개인 카페에 오래 있었고 동생은 대기업에 있었으니까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게 많아요. 작은 사업체 운영법도, 대기업의 시스템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카페 운영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전략적으로 경험을 쌓게 된 거죠. (웃음)

정은:
둘 다 J라서 다 계획을 세워 놨거든요. 그런데 ‘연희동 국화빵’이 완전 P였던 거예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게 갑자기 등장하니까, 기존에 세워 놨던 계획들이 다 무너져 버렸죠. (웃음)






Episode.5  이정수와 이정은의 로피스: 메모장과 작은 공간. 개발과 충전의 도구



Q.
로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어떤 것을 골라 주셨나요?
정수:
저는 아이폰 메모장을 골랐어요. 메뉴 개발을 좋아해서, 혼자서 핸드폰을 하다가도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이 메모장에 적어요. 이거 언젠가 해봐야지, 하면서요. 그래서 메모장을 보면 지금 연희동 국화빵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 아이디어가 다 있어요.

한 번은 자다가 꿈에서 어떤 크림을 만들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런데 일어나서 아무리 고민해 봐도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가게에서 자판기를 본 순간, ‘아, 맞다. 율무차 슈크림이었지.’ 하고 떠올랐어요. 바로 메모장에 적어 놓고 진짜 메뉴로 만들었죠. 그런 식으로 떠오르는 걸 바로바로 적어놨다가 메뉴 개발에 참고하는 편이에요.

정은:
저는 혼자 있는 공간을 골랐어요. 외향인으로 보이지만 E 같은 I라서 사실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중요해서요. 집에 있을 때도 방에 가만히 있는 편이고요. 이 공간은 영업할 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지만 브레이크 타임에는 딱 저만 있을 수 있어요. 들어가서 문 딱 닫은 다음 박스 하나 깔아 놓고 앉아 있어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느낌. 그게 너무 좋아요.



Q.
두 분의 다른 듯 닮은 성향이 재미있네요. 원래 이렇게 친한 사이였나요?
정은:
어렸을 때는 미친 듯이 싸웠어요. (웃음) 성인이 되고 나서 친해진 케이스죠.

정수:
자주 함께 노는 편은 아니었는데 같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까워졌어요. 저나 동생 둘 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같이 여행을 가더라도 보고 싶은 게 다르면 각자 다녀도 상관없거든요. 친구들이랑 있을 땐 제가 많이 맞추는 편인데, 정은이랑 가면 그런 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요. 게다가 서로 입맛도 똑같고, 보고 싶은 것도, 여행 스타일도 비슷해서 같이 다니기가 너무 편하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여행은 동생이랑 가요. 그러다 보니 점점 친해졌고, 미래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나누다 보니 함께 카페를 해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Episode.6  언젠가 분명히 도움이 될 경험들



Q.
대화를 나누면서 두 분의 추진력이 되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걱정도 고민도 있겠지만 일단 시도해 보는 힘이 느껴져요.
정수:
생각 회로를 긍정적으로 돌리는 편이에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도 크고요. 국화빵도 그렇지만 다음에 해볼까, 내년에 해볼까, 그렇게 계속 미루면 결국 못하게 되니까요. 그냥 생각날 때 해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저도 여기가 집이 아니었거나, 부모님이 식당을 안 하고 계셨으면 못 했을지도 몰라요. 주변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해보자’는 마음이 든 거죠.

그리고 당시에는 그냥 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연희동 국화빵’에서 마지막 손님이 마감 팻말을 들고 인증하는 건 롯데월드에서 일했을 때 했던 경험을 살린 거예요. 놀이기구 마지막 손님들 뒤에 그걸 들고 서 있으면 다들 엄청 흥미로워 하시더라고요. 서로 들어보겠다고 하시고. (웃음) 그런 것처럼 예전에 했던 일이 지금 하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 해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꼭 있다고 생각해요. 시도하려는 게 너무 새롭고 생뚱맞게 보이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도움이 될 테니까 일단 시도해 보는 거죠.

정은:
저는 무엇보다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랑 별개로 여기 멈춰 있지 말자고 자주 다짐하는 편이에요. 현재에 안주하지 말자. (웃음) 그래서 일할 때도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려고 하고요. 열정을 보여주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알려주고 도와주시잖아요. 운동이나 공부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등록부터 해요. 조금 빠져도 되고,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단은 해보자는 마인드로요.

정수:
둘 다 스스로 엄청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Q.
그래서인지 두 분이 함께 있을 때 시너지가 정말 좋아 보여요.
정수:
그런 점이 비슷해서 서로를 더 믿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치관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서로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도 있고요. 잘 모르는 사람이랑 일할 때는 잘못한 점이나,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정은이는 이런 것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편해요.

정은:
저도 다른 사람들의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느니 그냥 제가 다 해버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언니랑 일할 때는 피드백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서로가 어떤 성향인지도 잘 알고, 피드백에 상처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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