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SunA
Intro
청록화 신선아
Episode.1
취미가 일이 되기까지
Episode.2
이 공간을 만나고 막연했던 꿈이 명확해졌어요.
Episode.3
아름다움과 안전을 동시에 생각하는 일
Episode.4
예술과 상업 사이 어딘가
Episode.5
신선아의 로피스: 침봉,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
Episode.6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전시
Episode.7
이순신 장군, 짐 자무시, 마츠코
Episode.8
이제 막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Intro
청록화 신선아
식물이 우거진 입구로 들어서자 옛날 집 구조를 아름답게 살린 작업실이 나왔다. 원래는 습하고 빛도 들지 않아 곰팡이가 가득 핀 곳이었다고 말하는 신선아의 모습에서, 어떤 환경에서도 장점을 발견하고 강단 있게 시도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취미로 꽃을 배우던 수강생에서 비어있는 공간을 정원으로 탈바꿈시키는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 좋아하는 것을 좇아 끊임없이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Episode.1 취미가 일이 되기까지
Q.
원래는 공간 쪽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A.
맞아요. 인테리어나 전시 쪽 공간 디자인을 했어요. 회사를 옮기겠다고 그만두고 취미로 꽃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게 재미있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이렇게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웃음)
Q.
원래 꽃을 좋아하셨나요?
A.
아니요. (웃음) 제 돈으로 꽃을 사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입사 초기에 인테리어를 해드렸던 꽃집 사장님과 친해지면서 꽃을 배우게 됐죠. 잘한다, 잘한다 하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무엇보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서 너무 즐거웠어요. 이렇게 여리여리한 소재를 직접 만져보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기존에 하던 일들은 엄청난 계획 속 나 혼자 뭘 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제가 꽂으면 꽂는 대로 모양이 눈에 바로 보이는 것도 재밌었어요.
Q.
초반부터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A.
주변에서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작게는 꽃다발부터, 촬영 소품도 있었고요. 그렇게 한두 개 의뢰를 받다 보니 재미가 붙더라고요. 운이 좋게 초반에 큰 작업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제가 꽃을 한다고 하니까 뮤직비디오 미술 감독님인 지인 분이 조금씩 일을 부탁하셨거든요. 그게 점점 더 큰 작업으로 이어졌고요.
Episode.2 이 공간을 만나고 막연했던 꿈이 명확해졌어요.
Q.
공간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입시 공부를 하면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미술은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는데, 디자인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면이 많아서 좋았어요. 막연하게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산업 디자인과를 갔고요. 시각, 제품, 공간 디자인을 다 배웠는데 그중 가장 포괄적인 분야가 공간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서 방향을 잡았죠. 졸업 후에는 전시 기획과 인테리어를 하는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Q.
퇴사를 결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퇴사에서 취미로, 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진 과정이 궁금해요.
A.
휴식이 필요해 회사를 잠깐 쉬고 있었어요. 다시 회사를 들어갈지 이직을 할지 고민하던 차에 취미로 꽃을 배우게 되었죠. 일반적인 꽃집이 아닌 특별한 뭔가를 하고 싶단 막연한 생각에 더 열심히 배우기도 했고요.
주변에 창업하고 작업실을 구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같이 부동산을 알아보러 다니다 만난 게 이 공간이에요. 원래는 아주 작은 곳에서 혼자 작업하면서 고민해보려고 했는데, 여기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꼭 이 공간을 멋지게 바꿔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돈도 많이 투자하고, 제대로 창업을 시작해버렸고요. 그래도 이 공간을 만나서 막연했던 꿈이 명확하게 구현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간을 꾸리고, 이름도 짓고, 하나둘씩 작업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주변에 창업하고 작업실을 구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같이 부동산을 알아보러 다니다 만난 게 이 공간이에요. 원래는 아주 작은 곳에서 혼자 작업하면서 고민해보려고 했는데, 여기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꼭 이 공간을 멋지게 바꿔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돈도 많이 투자하고, 제대로 창업을 시작해버렸고요. 그래도 이 공간을 만나서 막연했던 꿈이 명확하게 구현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간을 꾸리고, 이름도 짓고, 하나둘씩 작업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네요. (웃음)
Episode.3 아름다움과 안전을 동시에 생각하는 일
Q.
작업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아무래도 꽃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할 것 같아요.
A.
프로젝트마다 천차만별이긴 한데, 보통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먼저 듣고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요. 예산 안에서 가능한 꽃의 종류와 컬러를 알려드리고 레퍼런스도 보내드리죠. 특별히 원하는 꽃을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꽃은 금액뿐 아니라 계절도 맞아야 해서, 천천히 하나하나 맞춰 나가요.
반면 개인 작업은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제일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아요. 보통은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아니면 옛날 책도 좋아하고요. 그렇게 영감 받은 걸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 스타일로, 그리고 더 현대적으로 풀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보곤 해요. 청록화의 이미지와 잘 맞는지도 고려하고요.
반면 개인 작업은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제일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아요. 보통은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아니면 옛날 책도 좋아하고요. 그렇게 영감 받은 걸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 스타일로, 그리고 더 현대적으로 풀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해보곤 해요. 청록화의 이미지와 잘 맞는지도 고려하고요.
Q.
아름다운 만큼이나 힘든 작업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업하실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A.
실제로 몸을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해서 정말 어려워요. 제가 하고 싶은 걸 구현해야 하는데 안전도 고려해야 하고요. 목재나 철재를 쓰다 보니 단단하게 고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도 그런 부분을 많이 공부하고, 구조를 짜고 기초 설계를 할 때도 우선 이게 안전할지부터 생각해 봐요. 이제는 어디 전시를 가면 어떻게 설치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이건 어떻게 고정했을까. 저 작업물은 왜 안 쓰러질까. (웃음)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곳에 설치되다 보니 안전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Episode.4 예술과 상업 사이 어딘가
Q.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A.
의뢰를 받아서 작업을 하다 보면 어떤 분은 저를 실장님이라고 부르시고, 또 어떤 분은 작가님이라고 부르시거든요. 그러다 보면 ‘내가 작가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게 돼요. 혼자 작업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뢰 받아서 만든 것이니까요. 이걸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은 개인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꽃으로 진짜 ‘나’를 표현하는 그런 작업이요.
Q.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몰랐어요. 외부에서 진행한 작업에서도 청록화의 분위기가 짙게 느껴져서요.
A.
상업과 예술이 중간에서 섞이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고민이 많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청록화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나면 제가 하고 싶은 것도 하나씩 시도해보려고요.
Episode.5 신선아의 로피스: 침봉,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
Q.
선아 님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A.
침봉을 골랐어요. 생각보다 생소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꽃꽂이를 할 때 쓰는 도구인데, 물 담는 수반에 침봉을 놓고 꽃을 꽂아서 사용해요. (꽃을 침봉에 꽂으며) 이렇게요.
처음부터 큰 작업을 자주 하다 보니 꽃에 대한 회의감이 금방 왔거든요. 꽃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소중하게 대하기보단 그냥 막 옮기고, 쓰고 버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침봉꽂이를 하면서 많이 해소했어요. 혼자 침봉꽂이를 하다 보면 수양하는 느낌이에요. 한 송이, 한 송이에 집중해 꽃을 꽂다 보면 에너지가 쌓이거든요. 기운이 없거나 지치고, 때로 꽃에 치인다는 기분이 들 때 침봉꽂이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처음부터 큰 작업을 자주 하다 보니 꽃에 대한 회의감이 금방 왔거든요. 꽃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소중하게 대하기보단 그냥 막 옮기고, 쓰고 버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침봉꽂이를 하면서 많이 해소했어요. 혼자 침봉꽂이를 하다 보면 수양하는 느낌이에요. 한 송이, 한 송이에 집중해 꽃을 꽂다 보면 에너지가 쌓이거든요. 기운이 없거나 지치고, 때로 꽃에 치인다는 기분이 들 때 침봉꽂이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Q.
그런 회의감 때문인가요? 작업하실 때 친환경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신다고 들었어요.
A.
맞아요. 현장에서는 한계가 많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나가는 작업이나 수업은 무조건 노 플로랄폼이라고 해서, 일회용 폼을 쓰지 않고 침봉이나 치킨 와이어처럼 재사용 가능한 재료를 쓰고 있어요. 설치 작업할 때도 각목보다는 재활용 가능한 아시바를 사용하는 편이고요. 또 행사가 끝나면 작업물을 다시 가져와서 조화나 스티로폼처럼 쓸 수 있는 건 다시 쓰려고 하고 있어요.
Episode.6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전시
Q.
전시가 끝나고 꽃을 나눠주는 작업을 봤어요.
A.
맞아요. 더 프리뷰라고 성수에서 진행한 전시였어요. 전시는 하고 싶은데 쓰레기는 만들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각목 대신 아시바로 골조를 만들고 물팩을 밑에 조금씩 달아놓았다가 마지막 날에 그것만 살짝 떼고 꽃을 종이로 포장해서 방문객 분들에게 드렸어요. 줄이 전시장 끝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Q.
꽃을 받으신 분들은 작품의 한 조각을 가져가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A.
너무 좋았어요. 저도 전시 후 한 달은 그 얘기만 하고 다닐 정도로 기억에 남았고요. (웃음) 그렇게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도리어 가져가시긴 할까 걱정했는데, 다들 너무 행복해하시더라고요. 다만 제가 그때 너무 무방비로 진행하다보니 대화를 나눈다거나, 여유롭게 진행하지 못했던 건 또 조금 아쉬워요.
꽃을 다 나눠드리고 전시를 마무리한 다음 근처 카페를 갔는데 그곳에 계신 분들이 다 꽃을 들고 계신 거예요. 그걸 보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이렇게 꽃을 퍼뜨려서 사람들이 꽃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일 자체가 꽃을 홍보하는 일이구나 싶었죠.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보고 싶어요.
꽃을 다 나눠드리고 전시를 마무리한 다음 근처 카페를 갔는데 그곳에 계신 분들이 다 꽃을 들고 계신 거예요. 그걸 보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이렇게 꽃을 퍼뜨려서 사람들이 꽃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일 자체가 꽃을 홍보하는 일이구나 싶었죠.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보고 싶어요.
Episode.7 이순신 장군, 짐 자무시, 마츠코
Q.
혹시 꽃 외에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A.
영화를 좋아해요. 많이 본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 보면 많이 보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최근에는 ‘한산’을 봤어요. 이순신 장군을 정말 좋아하는데다, 일단 후기에 왜놈들을 많이 때려눕힌다고 해서 바로 보러 갔죠.
저는 진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해요. 너무 멋있잖아요. 그 분이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무관이 된 것도 40살이 넘어서였고, 선조의 질투로 유배를 가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지만 어느 것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사셨어요. 천재시면서 소양을 쌓고 인격까지 완벽했던 사람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진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해요. 너무 멋있잖아요. 그 분이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무관이 된 것도 40살이 넘어서였고, 선조의 질투로 유배를 가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지만 어느 것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사셨어요. 천재시면서 소양을 쌓고 인격까지 완벽했던 사람 아닌가 생각해요.
Q.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A.
짐 자무시의 영화를 되게 좋아해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가장 유명한데, 감독님이 시를 좋아하셔서 그런가 영화도 시적이에요. 저는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고 시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의 영화에도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츠코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죠. 어렸을 때 봤을 때와 지금 봤을 때 느낌이 또 많이 다른데, 진짜 슬퍼요. 아무리 시련을 겪고 아프더라도 처음처럼 사랑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츠코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죠. 어렸을 때 봤을 때와 지금 봤을 때 느낌이 또 많이 다른데, 진짜 슬퍼요. 아무리 시련을 겪고 아프더라도 처음처럼 사랑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Episode.8 이제 막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를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A.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한마디면 된대요. ‘워커홀릭’. (웃음) 생각해보면 맞아요. 어딜 놀러가거나 여행을 가도 꽃만 보고 있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든요. 이제 막 성장하고 있다 보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Q.
삶에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요?
A.
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청록화의 작업을 통해서든, 개인으로서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고요. 그럴 때 비로소 저도 성장했다고 느끼거든요.
Q.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바라는 점도 좋고요.
A.
제가 성격이 급하고 걱정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아요. 다도나 침봉꽂이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취미를 갖게 된 것도 그래서죠. 작업할 때도 재료가 부족하진 않을까, 설치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많아 미리 준비해두는 편이고, 다른 사람들과 회의나 미팅을 하는 것도 아직 어렵고요. 청록화를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하곤 해요. 그래서 지금보다는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꽃으로 하고 싶은 게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래오래 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