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Kyuri


Intro

미소바케카케 손규리


Episode.1

평범한 미술인


Episode.2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


Episode.3

다시 작업으로


Episode.4

이야기의 순환


Episode.5

순환의 과정 


Episode.6

손규리의 로피스: 모래, 영감의 시간을 담아오다. 


Episode.7

나의 정체성 찾기







Intro

미소바케카케 손규리



골목을 따라 미소바케카케의 공간을 찾아 들어갔을 때, 건물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해주던 밝은 미소.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 모습에 인터뷰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겠다고 생각하게 해준 그는,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새로운 이야기로 책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Episode.1  평범한 미술인



Q.
어린 시절 규리 님은 어떤 분이었어요?
A.
원래는 미술을 좋아하지만 의사가 꿈인 중학생이었어요. 주변에서의 권유로 갑작스레 예고에 진학하면서 미술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막연히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디자인과에 들어갔는데, 항상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참여한 조소 수업에서 다양한 촉감의 물성에 매력을 느끼게 돼 조소과로 전과했어요. 손끝으로 느낀 감각으로 형태를 빚어내는 게 좋았거든요. 2D에서 벗어나 3D의 세계로 빠져든 순간이랄까요.

어린 시절 다녔던 미술 학원부터 대학까지 늘 미술과 함께였으니, 제 길은 작업뿐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업 환경이 주어지는 대학원, 그리고 박사 과정까지 들어가게 되었고요.








Episode.2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



Q.
미술을 계속하셨나요? 다른 분야에 대한 흥미는 없으셨어요?
A.
박사과정 첫 주, 트레이닝복을 입고 작업하러 가다가 H라인 스커트에 힐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보게 됐어요. ‘어른’ 같더라고요. 드라마 미생을 봤을 때였는데, 제가 겪어보지 못한 회사 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어요. 그래서 로망을 실현할 만한 적당한 규모의, 세미정장을 입어야 하는 회사 위주로 찾아보기 시작했죠. (웃음) 운 좋게도 덜컥, 한 회사에 입사하게 됐고요.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3년 정도 일했는데, 체계와 규율이 있는 사회생활 속에서 성취감 좌절 등을 배우며 내 삶을 책임지는 진정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침형 인간이라 9 to 6 생활 패턴이 잘 맞기도 했고, 온전히 쉴 수 있는 주말도 좋았고요. 작업할 때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를 정도로 날짜 개념이 없고, 밤새도록 작업하는 경우도 허다하잖아요. 규칙적인 삶이 즐거웠어요.






Episode.3  다시 작업으로



Q.
직장에서 다시 작업으로 돌아간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코로나가 터지고 1년간 휴직하던 중 친구들과 건물 리모델링을 하게 됐어요. 저는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죠. 몇 년 만에 다시 몸을 쓰고, 창의적인 고민을 하는 나날을 보냈어요. 오랜만에 도전적인 활동을 하니까 새로운 활력이 느껴지더라고요. 1년 후 회사로 돌아갔지만, 더 이상 데스크에 앉아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었어요. (웃음)

그 후 업종을 바꿔 갤러리에서 아트 디렉터로 근무했어요. 활발히 작업하는 신진작가들과 교류하며, ‘라떼는 없던’ 신선한 매체를 사용하는 작업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작업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어디에 담아낼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Episode.4  이야기의 순환



Q.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A.
원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타인’의 삶을 상상하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제 일인 것처럼 그 속에 푹 빠져들게 돼요. 생생한 기쁨, 슬픔, 때로는 무미건조함과 같은 다양한 감정이 전해지면서 제 감각을 깨워주죠.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작업물로 만들고, 그 이야기가 순환되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게 ‘먹는’ 행위였어요. 의뢰인의 이야기를 케이크 안에 담아 전달하면, 주인은 케이크를 먹음으로써 자기가 내뱉었던 이야기를 다시 삼키게 되는 거예요. 케이크는 사라지지만 사실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영원히 함께하는 거죠. 
또 케이크는 잔치 음식이잖아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먹는 행위를 통해 물질화된 이야기의 달콤한 맛을 혀로, 위로, 장으로 나눈다는 의미도 있어요.







Episode.5  순환의 과정



Q.
작업 과정에 대해 알고 싶어요.
A.
먼저 의뢰인 인터뷰를 해요. 사진, 글,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는데, 사랑 고백, 이별, 친구에게, 혹은 나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 등 주제도 각양각색이에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면 이야기에서 영감을 주는 키워드를 추출하고, 사전적인 의미와 다각도의 이미지, 현상을 수집하죠. 키워드를 분해, 배열, 재조합하는 상상의 과정을 거쳐 시각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마침내 하나의 암호 같은 케이크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의뢰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똑같은 케이크가 없어요.



Q.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키워드가 많아지면 가격이 비싸지나요?  
A.
의뢰인이 제시한 여러 가지 키워드를 뒤섞어 작업하기 때문에 결국 하나가 돼요. 때문에 케이크 작업은 정찰제로 진행됩니다. (웃음)


Q.
원래 베이킹을 하셨나요?
A.
아니요, 원데이 클래스 몇 번, 유튜브로 두 달 정도 배운 게 전부예요. 어떤 작업을 할지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소재가 케이크였던 거니까요. 다만 조소과에서 배운 감각이 도움이 됐고, 또 베이킹은 정확한 계량으로 맛을 내는 작업이라 초반에 배우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Episode.6  손규리의 로피스: 모래, 영감의 시간을 담아오다.



Q.
영감은 어떤 시간에 얻게 되나요?
A.
여행이나 산책을 하며 마주한 사물과 이미지를 기록하고 기억해 놓아요. 작은 파편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의뢰자들의 이야기에 수집 꾸러미 속 장면들을 꺼내어 적절하게 매칭하는 거죠. 다양한 이미지를 마주했을 때 더 풍부한 작업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사하라 사막에 다녀왔는데, 해와 모래뿐인 단순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의 복잡하고 찌릿한 감각이 저를 다시 생기 있게 만들어 줬어요. 그 영감의 시간을 담아오고자 이 모래병을 가져왔습니다.






Episode.7  나의 정체성 찾기



Q.
요즘 작업하면서 고민하는 지점은 없나요?
A.
먹는 재료인 케이크로 작업을 하다 보니 내가 작가로서 작업을 하는 건지, 자영업자로서 케이크를 만드는 건지 정체성의 혼동이 올 때가 있어요. (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사실 이런 구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의뢰인을 만나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에, 상업성과 작업성의 선을 넘나들며 한계 없이 작업하고 싶어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A.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정사각형의 케이크 판을 벗어나 확장하는 형태를 실험해 보고 싶거든요. 또 제 이야기를 담은 케이크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전시를 통해 저의 은밀한 이야기를 나눠 먹고 싶기도 하고요. (웃음) 작업물의 양이 많이 쌓이면, 그동안 모은 이야기와 케이크를 지속적으로 아카이빙 할 매체도 찾고 싶어요.

케이크를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종일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소통할 기회가 적어 가끔은 답답하거든요. 오픈 스튜디오에서 의뢰인들과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조금 더 활력 넘치게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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