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 Moohyun


Intro

남무현


Episode.1

식물 집사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Episode.2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pisode.3

남무현의 로피스: 기가스, 일과 삶에 대한 고민







Intro

남무현



좋아하는 것을 보는 사람의 눈에는 어린아이 같은 맑음과 순수함이 담겨 있다. 고어플랜트에서 만난 남무 작가의 눈빛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식집사로서 이번 협업 전시가 유난히 반갑고 재밌었다며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15년 동안 그래픽 디자이너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는 요즘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 욕조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기가스의 모습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Episode.1  식물 집사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Q.
이번에 ctf 갤러리와 협업으로 진행한 전시 〈Gigas〉에서 괴근 식물의 모습을 표현한 피규어가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도 괴근 식물을 좋아하고, 실제로 키우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A.
누나랑 동생이 마다가스카르 섬에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그때 사진에 찍힌 바오밥 나무와 신기한 괴근 식물들을 보고 완전 매료됐어요. 저도 여행을 가보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 됐고, 대신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죠. 당시에는 국내에 아프리카 식물을 다루는 곳이 거의 없어서 해외 사이트나 이베이 경매를 통해서 어렵게 구해야만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좋은 식물 집사는 아니었어요. 정보가 적다 보니 기르는 것도 서툴렀고, 욕심에 비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만큼 많이 떠나보냈죠.



Q.
평소 좋아하던 괴근 식물에 영감을 받아서 이번 전시를 진행하게 됐는데,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식물인 ‘기가스’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이건 ‘돌스테니아 기가스’라는 식물이에요. 소코트라 섬에서 자생하는 자생종으로 세계적으로 되게 희귀한 편에 속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하나 키우고 있기도 하고요. 피규어를 보면 기가스랑 이파리나 꽃 모양이 똑같아요.

원래 피규어나 아트 토이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제 스타일을 이 피규어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 답으로 선택한 게 라인 아트죠. 피규어에 들어간 라인 스타일이 네온사인이랑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UV 도료를 써서 어두운 곳에서 빛날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또 캐릭터 설정에도 사소한 재미 요소를 담았어요. 이 친구가 시가나 담배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식물 영양제이기도 해요. 스스로 자신의 몸을 챙기는 친구인 거죠. (웃음)




Episode.2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로고, 전시, 굿즈, 음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계신데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이번 〈Gigas〉 전시 같은 개인 작업을 가장 좋아해요. 제 의도대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까, (웃음) 디자이너 활동과 병행하고 있어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로고 디자인인데, 클라이언트에 따라 작업 방향이 달라지긴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제 성향을 알고 의뢰를 해 주셔서 재밌게 작업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360사운즈나 디제이 친구들, 뮤지션 분들과의 협업도 좋아합니다.


Q.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작업마다 나름의 세계관과 규칙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는 온전히 제 몫이니까요. 제가 상상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잘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보시는 분들이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써요. 디자인을 딱 봤을 때 이건 뭘 표현한 거구나, 혹은 처음 봤을 때는 잘 몰랐지만 얘기를 들으면 이해가 되네, 그 정도의 표현을 좋아해요. 제 작업이 너무 어렵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이번 〈Gigas〉 전시 외에도 최근에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A.
최근 발매된 코드쿤스트 앨범에 들어가는 심볼을 디자인했어요. 코쿤 님과 미팅 때 나눴던 대화가 되게 재밌는데, 심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추상적이다 보니 디자인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해보니까 자연스럽게 풀리더라고요. 결과물도 마음에 들었어요. 




Episode.3  남무현의 로피스: 기가스, 일과 삶에 대한 고민



Q.
이번 전시에서 만든 기가스 피규어를 로피스로 선정해 주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제 스타일을 잘 담아낸 것 같아서요. 항상 피규어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답을 좀 찾은 것 같아요. 또 ‘휴식’이라는 메시지도 의미가 있어요. 15년 동안 계속 디자인을 하다 보니 작년부터는 되게 많이 지치더라고요. 잘 쉬는 게 일에서도 삶에서도 되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 제 심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로피스로 골랐습니다.



Q.
지금 남무님이 원하는 휴식을 잘 표현한 작업이기도 하네요. 평소 쉴 때는 무엇을 하시나요?
A.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땀을 잔뜩 흘린 후에 오는 행복감이 있더라고요. 예전에도 스케이트보드나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는데 무릎을 다쳐서 오랫동안 운동을 못 했어요. 일이 많았던 시기라 저를 돌보는 시간이 거의 없다가, 작년부터 쉬어 가는 시기로 정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힘들고 나가기도 싫었는데 (웃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어머니 댁에 새로 온 강아지를 보러 가는 거, 이렇게 두 가지가 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휴식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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