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hak & Kangryeon


Intro

웻커피 도경학, 윤강련


Episode.1

양장점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 


Episode.2

복합공간 wet coffee


Episode.3

JBL, 디터 람스 브라운


Episode.4

연구자 크루


Episode.5

도경학과 윤강련의 로피스: 오감과 핸드폰, 감각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


Episode.6

좋은 커피


Episode.7

로스팅


Episode.8

경험을 공유하는 브랜드  







Intro

웻커피 도경학 대표, 윤강련 로스터



오전 11시, 아직 햇살이 강해지기 전 웻커피 신촌에서 도경학 대표와 윤강련 로스터를 만났다. 새벽 5시부터 일과를 시작한 얼굴에서는 활력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해가 되지 않거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과물을 선보이지 않는다는 그들은 마치 활기찬 연구자 크루 같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도경학 대표. 자신의 취향을 하나하나 담아 만든 웻커피는 도경학 대표와 많이 닮아 있었다.



Episode.1  양장점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



Q.
어린 시절부터 커피를 하고 싶으셨나요? 아니면 다른 꿈이 있었나요?
경학:
원래는 양장을 하고 싶었어요. '킹스맨' 같은 양장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처음에는 여성복 브랜드에서 일을 했는데, 기대와 달리 직접 옷을 만들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의류 공장으로 일터를 옮겨 옷감과 직접 부딪치며 살았습니다. 의류 제작 과정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는 명동에 있는 오래된 양장점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양장 문화에 입문하게 됐죠. 2017년도에 지금 한남동 웻커피 본점 자리에 양장점을 개업했어요.

강련:
강련: 저는 어릴 적 경찰관이나 소방관처럼 많이 베풀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고요. 그래서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된 것이 만족스러워요. 타인에게 좋은 미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계속 고민한다는 점이 어릴 적 꿈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Episode.2  복합공간 wet coffee



Q.
양장과 의류 관련 일을 하시다가 웻커피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경학:
양장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류와 바버, 바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바버샵도 하고, 바도 운영하게 되면서 한남동 공간이 저와 제 친구들이 지향하는 문화를 만드는 복합 공간으로 변하게 됐죠. 그런 경험을 더 강화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공동 대표인 김응민 대표와 카페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누다 추진하게 된 게 웻커피예요. 대중에게 음악, 인테리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Q.
이름을 웻커피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학:
한남동 공간이 반지하거든요. 습기가 많고 축축한 느낌이 나는 공간이죠. 거기에서 모티프를 따와서 wet이라고 지었어요. 발음하기도 쉽고 사람들이 인식하기도 쉬워서 만족스러워요. 로고도 친구들과 수많은 wet을 써보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든 글씨로 결정했어요.






Episode.3  JBL, 디터 람스 브라운



Q.
한남, 신사, 광주, 신촌 4개의 공간을 오픈하셨어요. 웻커피는 앞으로 어떤 브랜드와 공간이 될지 궁금합니다.
경학:
공동대표 친구와 웻커피 한남을 만들 때는 공간에 우리의 취향을 담는 게 목표였어요. JBL 스피커, 바닥 타일, 의자 등 평상시 저와 친구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것들을 다 담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신사점을 준비할 때도 디터 람스 스피커부터 정했고, 어떤 음악이 나오면 좋을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너무 매니악한 걸 고집하기보단 계절과 분위기에 따라 저와 크루들이 듣고 싶은 음악들을 기간별로 셀렉해 소개하고 있죠.

지금도 여전히 컨셉보다는 크루의 취향이 우선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다만 요즘은 손님들의 취향이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신촌점은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것에 집중했어요. 로스터리가 있는 공간이다 보니 크루들의 취향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고요.







Episode.4  연구자 크루



Q.
웻커피의 주 경험은 커피와 도넛인데요. 그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경학:
고객 분들이 경험하는 아이템이다 보니 제가 직접 먹어보면서 만들었어요. 지인들이 먹었을 때 아쉬움이 없는 수준이 된 후에야 매장에 선보일 수 있었죠. 남에게 줄 수 있는 수준에 오르기까지 한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로스팅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로 강륜 로스터와 함께 위치, 기계, 방식, 브랜딩에 대해 하나하나 논의했어요. 트렌드에 민감한 로스팅이 아닌, 웻커피다운 로스팅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동안 강륜 로스터를 포함한 다양한 로스터들과 대화를 나누며 준비했습니다.

요즘에는 베이커리를 연구하고 있어요. 새벽에 도넛을 만들고 나면 베이커리를 운영하시는 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웻커피만의 제품을 만들어보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벌써 7개월이 넘어가고 있네요. (웃음) 평소에도 한 가지에 몰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게 일이 되니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연구하고 답을 찾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고객 분들이 결과물을 즐겁게 경험해주실 때 가장 뿌듯해요.

강련:
커피의 경우, 매주 바리스타들과 피드백을 나눠요. 그날의 온도, 습도와 커피 세팅 값 등을 매일 기록하면서요. 필터링, 언필터링 된 물의 수치도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나 반응은 로스터 일지에 적어서 참고하죠. 이걸 바탕으로 고객 반응을 체크해서 로스팅을 진행하는 편이에요.






Episode.5  도경학과 윤강련의 로피스: 오감과 핸드폰, 감각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



Q.
두분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강련:
저는 로피스로 제 손을 골랐는데, 사실은 오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머니를 닮아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고, 커피를 하기 전에도 정밀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손을 쓰는 데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커피를 시작하고 나니 손뿐만 아니라 오감을 함께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그라인딩 상태를 보고, 스팀을 치거나 기계 소리를 듣고, 커피 향을 맡고, 맛을 보는 작업들이 계속 반복되니까요.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의 감각이에요. 매번 같은 루틴이라도 정밀하고 미세한 컨트롤이 있어야만 일정한 추출을 하고, 좋은 스팀 밀크를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바리스타에게도 요리사처럼 손맛이라는 것이 존재해요.

경학:
저는 핸드폰을 골랐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연결과 관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함께 하는 크루뿐만 아니라 판매처나, 원두에 관심이 있어 연락을 주시는 분들과도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늘 고민해요. 물론 가끔은 하루 정도 핸드폰을 꺼 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웃음) 애증의 관계인 셈이죠.




Episode.6  좋은 커피



Q.
웻커피가 커피를 선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좋은 커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강련:
커피를 선별할 때만큼은 한껏 기준을 높여서 평가를 하고, 그 다음에 가격을 고려해요. 좋은 커피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어느 하나 튀는 맛 없이 밸런스가 좋은 커피, 질감이 좋고 부담이 없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꾸준히 커피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강련:
처음에는 오기였어요. 맛을 잘 못 느끼던 시절에는 좋은 맛을 내겠다고 무작정 많이 마시기도 했고요. 스승님은 냉정하고 평가 기준도 높은 분이셔서, 늘 이 사람을 이겨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존경하고, 여전히 이기고 싶습니다. (웃음)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잘 거쳤다고 생각해요. 나와의 싸움을 통해 계속 발전해나가는 제 모습이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가족과 다소 팍팍한 서울 살이도 커피를 꾸준히 하는 데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Episode.7  로스팅



Q.
원두 로스팅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부분을 특별히 더 신경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강련:
먼저 생두를 로스터기에 투입한 후,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 등을 체크합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생두의 수분이 날아가고 흡열, 발열, 마이야르 반응, 카라멜라이징, 크랙 등이 일어나요. 그러면 눈으로는 생두의 컬러 변화를, 크랙이 터지는 구간에서는 소리와 향을 통해 원두의 상태를 계속 확인해야 돼요. 로스팅이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오감을 최대한 집중해서 로스팅을 진행하죠. 마지막으로 로스팅이 끝나면 결과가 일정하게 잘 나왔는지 수치를 분석하고 커핑을 통해 맛을 체크합니다. 기존 그래프와 비교하면서 보완할 부분을 찾고 다음 로스팅을 준비하고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워낙 많다 보니, 로스팅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해요. 온습도는 물론이고 기계의 구조와 생두의 변화까지 모두 이해해야 일정한 값을 유지하고 더 좋은 맛을 찾을 수 있죠. 상황에 따라 잘 대응하는 게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특별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계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며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거예요. 가장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잘 관리할수록 변수가 생기지 않죠.




Episode.8  경험을 공유하는 브랜드 



Q.
앞으로 웻커피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듣고 싶어요.
경학:
경험을 공유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 시작이 커피와 도넛인 거죠. 이번 겨울에 캐비넷클럽과의 협업으로 머그컵과 유니폼을 제작한 것도 그 일환이고요. 아트 작업을 기반으로 일상에 위트를 더하는 캐비넷클럽과의 연계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협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고요. 바이크를 타고 여행을 다니거나 동네를 투어하는 것도 좋아해서, 여행의 감성을 담은 ‘헬리녹스’ 같은 브랜드와도 협업해 보고 싶어요. 웻커피가 일상에 더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새로 오픈한 신촌점에서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강련:
웻커피의 고인물로서 말씀드리자면, 먹을 만한 커피와 먹을 만한 디저트가 있는, 편안하고 멋스러운 브랜드로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웻커피는 커피와 도넛 파트가 잘 구분되어 있고,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웻커피를 찾는 이유죠. 이 밸런스를 앞으로도 잘 유지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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