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Heejin
Intro
이스트스모크 조희진
Episode.1
약간 반항을 했던 것 같아요.
Episode.2
자연(紫煙). 이스트스모크. 동양적인 것
Episode.3
하나의 주체를 가지고 변형하는 방식
Episode.4
조희진의 로피스: 용기, 매 순간 확신을 갖는 도구
Episode.5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Episode.6
반복이 모여서 완성되는 것
Episode.7
같이 잘 살고 싶다는 마음
Episode.8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Intro
이스트스모크 조희진
고즈넉한 종로구에 자리 잡은 이스트스모크의 작업실. 작고 동그란 원을 켜켜이 쌓아서 만든 잔으로 차를 나눠 마셨다. 조희진은 반복되는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매일 마주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작은 원을 계속해서 이어 붙이는 일. 매일매일 작업실에 나와서 도자기의 상태를 살펴보는 일. 그에게 어떤 마음으로 이 끝없는 반복을 즐기고 있는지 물었다.
About. 스튜디오 자연(紫煙), East Smoke
자주색 자, 연기 연. 자연과 동양에서 모티브를 받아서 흙으로 표현합니다. 핸드빌딩 방식으로 각각 고유한 형태와 다양한 도구적 가능성을 가진 사물을 제작하는 세라믹 스튜디오입니다.
Episode.1 약간 반항을 했던 것 같아요.
Q.
도자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공부에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웃음)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공예디자인과로 진학을 했는데 섬유랑 도예, 두 개의 세부 전공이 있더라고요. 둘 다 배우다가 3학년 때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도자기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도예를 선택했어요.
처음 도예과에 들어갔을 때는 분위기가 되게 보수적이었어요. 전통적이고, 모두가 물레로 똑같은 걸 만드는 수업을 계속 했고요. 그게 필요한 과정이란 걸 알지만 당시에는 약간 반항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환경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휴학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복학을 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돌아가니까 아무도 저를 모르더라고요. 비로소 저 혼자서 흙을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죠. 그때부터 저만의 작업을 하나씩 시작했어요.
처음 도예과에 들어갔을 때는 분위기가 되게 보수적이었어요. 전통적이고, 모두가 물레로 똑같은 걸 만드는 수업을 계속 했고요. 그게 필요한 과정이란 걸 알지만 당시에는 약간 반항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환경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휴학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복학을 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돌아가니까 아무도 저를 모르더라고요. 비로소 저 혼자서 흙을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죠. 그때부터 저만의 작업을 하나씩 시작했어요.
Episode.2 자연(紫煙). 이스트스모크. 동양적인 것
Q.
자연과 이스트스모크 두 이름에 대해서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인가요?
A.
동양적이고 쉬운 이름을 짓고 싶어서 단어를 찾다가, 아는 티룸 원장님이 자주색 ‘자(紫)’라는 한자를 추천해 주셨어요. 이게 동양을 의미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주색 ‘자(紫)’와 연기 ‘연(煙)’으로 한자 이름을 지었고, 영어로는 동양을 뜻하는 east에 smoke를 붙여서 ‘이스트스모크’라고 지었어요. 한자 버전과 영문 버전인 거죠.
Q.
동양적인 문화나 분위기에 언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작업물도 전반적으로 동양적인 무드를 띠고 있는 것 같고요.
A.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 (웃음) 어렸을 때부터 절에 가시는 할머니를 자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 같아요. 다만 일부러 동양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만들고 나니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해 주셨고,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에 맞는 이름을 짓고 싶었죠.
불교의 동양적인 문화나 분위기를 좋아해요. 종교 미술도 재미있고요. 믿음으로 정성껏 조각하는 장면이 상상이 되잖아요. 저는 무교지만 신을 위해서 그런 작품을 만든다는 게 경이롭기도 하고요. 특히 불교 예술은 그런 조각이나 예술품이 일정하면서도 작품에서 신에 대한 믿음이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불교의 동양적인 문화나 분위기를 좋아해요. 종교 미술도 재미있고요. 믿음으로 정성껏 조각하는 장면이 상상이 되잖아요. 저는 무교지만 신을 위해서 그런 작품을 만든다는 게 경이롭기도 하고요. 특히 불교 예술은 그런 조각이나 예술품이 일정하면서도 작품에서 신에 대한 믿음이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Episode.3 하나의 주체를 가지고 변형하는 방식
Q.
예전에는 흙 찌꺼기로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A.
그것도 일종의 반항 심리였어요. (웃음) 계속 물레로 똑같은 작업을 하다가 다른 방법을 시도해본 거죠. 물레가 돌아갈 때 포크 같은 도구로 꾹 누르고 있으면 뒤틀리면서 흙이 삐져 나오거든요. 그걸 모아 붙여서 만드는 거죠. 그러다가 선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변했고, 그게 점점 단순화되면서 지금의 원이 됐어요.
Q.
작은 원을 하나씩 붙여 나가는 작업 방식은 수양처럼 보이기도 해요.
A.
작업을 하다 보면 제가 이걸 왜 하게 됐는지 알 것 같아서 되게 재미있어요. 뭘 만들든 형태는 나오기 마련이니까, 어떤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걸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를 먼저 고민한 거죠. 단순한 하나의 주체가 변형되는 방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그란 원 모양의 면을 발견하고, 이걸 계속 이어 붙이다 보니 여러 가지 형태가 만들어졌고요. 그걸 깨달으면서부터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pisode.4 조희진의 로피스: 용기, 매 순간 확신을 갖는 도구
Q.
희진님의 로피스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이 작업을 할 때 항상 필요한 게 용기라서요. 매 순간 이게 괜찮을지, 아닐지 계속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뿐만 아니라 제가 만든 작업물이 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을 갖는 용기도 필요하고, 이게 잘 붙을 거라고 믿는 용기도 필요하고요. 흙의 수분으로만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보니 망가지기 쉽거든요. 지금은 저만의 방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유약 처리할 때나 가마에 넣을 때는 용기를 내야 해요. 그래서 제 로피스를 용기라고 생각했어요.
Q.
작업하실 때 꼭 챙기는 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A.
무리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을 너무 무리해서 하면 즐겁던 일도 의무적으로 변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내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웃음) 그러면 안 되잖아요. 오래 하고 싶으니까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하루에 6시간 정도만 작업을 하려고 해요. 안 그러면 몸이 아프더라고요.
Episode.5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Q.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A.
네, 없어요. 이제 뭔가 제 역할을 찾았다는 느낌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게 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방식을 시도하기보다는 지금 방식에 만족하고 있어요.
Q.
이스트스모크 작업을 하신 지 5년이나 되었는데요. 흙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흙 작업은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서 좋아요. 매일 조금씩 건조되다 보니 제 눈으로 작업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하나하나 붙여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더 성취감이 있고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매일 반복한다고 해서 마냥 똑같은 건 아니거든요. 반복을 통해서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Episode.6 반복이 모여서 완성되는 것
Q.
도자기 외에 출판도 하셨는데, 어떻게 책을 출판하게 되었나요?
A.
제가 만드는 도자기처럼 책도 한 장, 한 장 모여서 한 권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언리미티드에디션’이라는 행사에 나가보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요.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책으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처음에는 도자기보다 책 작업으로 더 알려졌던 것 같아요.
Q.
원이든 종이든 반복이 모여서 완성된다는 게 희진 님이 하고 있는 도자기와 책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 새로운 책을 만들 계획이 있나요?
A.
처음에는 혼자 하거나 아는 디자이너님이 도와주셔서 소량으로만 제작했는데, 지금은 도자기 작업만으로도 바쁘다 보니 여력이 안 돼서 못 하고 있어요. (웃음) 협업할 좋은 기회가 있다면 또 만들고 싶어요.
Episode.7 같이 잘 살고 싶다는 마음
Q.
쉴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하루의 일상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A.
스트레칭하거나 자거나… (웃음) 일과 일상을 애써서 분리하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합쳐야 삶이 더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내 생활과 잘 맞는 일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이 일을 하는 게 좋아요.
최근 일상 패턴을 바꿔봤는데 잘 맞아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운동하고, 작업실에 오면 9시 정도 돼요.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3시에서 4시쯤 되는데, 그때 다시 집으로 돌아오죠. 잠도 일찍 자는 편이에요. 9시 정도? 퇴근하고 들어오시는 부모님을 못 뵐 때가 많아요. (웃음)
최근 일상 패턴을 바꿔봤는데 잘 맞아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운동하고, 작업실에 오면 9시 정도 돼요.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3시에서 4시쯤 되는데, 그때 다시 집으로 돌아오죠. 잠도 일찍 자는 편이에요. 9시 정도? 퇴근하고 들어오시는 부모님을 못 뵐 때가 많아요. (웃음)
Q.
매일매일 반복되는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게 있나요?
A.
예전에는 제가 왜 이 작업을 하는지 잘 몰랐거든요. 요즘은 그냥 같이 잘 살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잘 살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사랑 주고 싶어서 하는 거구나. 그걸 깨닫고 나니 많이 달라졌어요. 세상을 보는 태도도 달라졌고, 작업을 하는 마음가짐도 더 단단해졌고요.
Episode.8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Q.
지금 하고 있는 작업과 관련해서 바라는 점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좀 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 이런저런 걱정이나 고민이 들 때가 있는데, 그냥 지금 눈앞의 일을 하다 보면 나아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새로운 기회를 만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목표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요즘은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웃음) 원을 반복적으로 쌓는 모자이크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라서 ‘Circle’이라고 제목을 지었어요. 하나의 원이 주체로 존재하면서 변형되기도 하고, 하나가 되기도 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조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웃음) 원을 반복적으로 쌓는 모자이크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라서 ‘Circle’이라고 제목을 지었어요. 하나의 원이 주체로 존재하면서 변형되기도 하고, 하나가 되기도 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조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